윤석남 화백의 ‘허난설헌’.
윤석남 화백의 ‘허난설헌’.
윤석남 화백(76)의 이름 앞에는 줄곧 ‘여성주의 미술의 대표’라는 말이 붙었다. 40년 가까이 작품활동을 하면서 여성과 어머니라는 주제에 집중해 온 까닭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SeMA 그린(Green): 윤석남 ♥ 심장’전은 윤 화백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그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작업한 회화, 드로잉, 설치작품을 소개한다. 작품을 연대별로 나열하는 대신 어머니 자연 여성사 문학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눠 걸었다.

1982년 첫 개인전에 출품한 유화 작품 ‘무제’는 어스름한 배경을 뒤로 행상 일을 하는 한 여성을 그렸다. 시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결합해 어머니의 삶에 대한 존경심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조형작품 ‘어시장2’는 어머니의 개념을 더욱 확장했다. 거대한 고래를 한쪽 팔에 이고 다른 팔로 물고기 떼가 갈 길을 제시해주는 듯한 여성의 모습은 바깥 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역사 속의 여성 인물들을 재해석한 작품도 눈에 띈다. 조선시대 문인 허난설헌(1563~1589), 시와 노래에 능했던 이매창(1573~1610), 거상 김만덕(1739~1812)를 소재로 조형작품을 만들었다. 버려진 나무를 가지고 작업한 ‘종소리’는 이매창과 작가 자신을 각각 조각해 세웠다. 서로 팔을 쭉 뻗은 채 푸른 종을 흔들며 만나는 장면이다. 작가는 “재능이나 발언을 억누른 채 살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여성들의 삶을 현재로 소환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6월 28일까지. (02)2124-8937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