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사랑,그 속성 중 욕망이나 불륜을 많이 다뤄왔어요. 사랑에 대한 의혹이나 의심을 '까발리는' 식이었다고 할까요. 이번에는 사랑의 소중함이나 운명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소설가 권지예씨(50)는 신작 장편소설 《4월의 물고기》(자음과모음 펴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30~40대에는 주로 회의적인 결혼생활이나 남녀관계,어긋난 사랑의 대가 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달라진 것 같다"면서 "이제는 긍정적으로 사랑의 힘을 믿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사랑의 어두운 측면을 다루어 온 작가의 시선이 방향을 크게 틀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소설은 요가 강사이자 소설가 지망생인 서인과 사진작가 선우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급격하게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 두 사람,그러나 이들은 각각 과거의 상처와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거기에 선우와 관련된 여자들이 살해당했다는 의혹이 떠오르고,서인과 선우의 과거가 맞닿는 지점이 서서히 드러나는 추리소설같은 구조다. 이에 대해 권씨는 "단순히 운명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다 보면 신파로 갈까 봐 색다르게 변주해 보았다"면서 "주제는 운명적인 사랑이고 방법은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설명했다. 권씨는 또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 추리물로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설에서 권씨가 그려내는 지고지순한 사랑은 일부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서인은 악연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선우와의 관계를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선우도 마찬가지.권씨는 "소설의 두 주인공은 큰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 사랑하기 힘든 사람들이지만,그럼에도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소설의 주제가 진부할 수도 있겠지요. 사실 운명적인 사랑의 실체를 보면 별 거 아닌 경우가 많아요. 사랑하는 동안에는 다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만,사랑이 깨지고 나면 부정하게 되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 '각성'이 빨리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사람을 보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