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개미지옥"…수백만원짜리 '할머니 명품' 뭐길래 '불티'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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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시장서도 할매니얼 열풍
우수한 소재에 넉넉한 사이즈
'편안한 옷' 찾는 소비자 사로잡아
![이세이미야케 플리츠플리즈 제품. 사진=이세이미야케 홈페이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AD.33326741.1.jpg)
지난 1일 오전 11시 이세이미야케 일본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에 5월 신제품이 뜨자 구매자가 한꺼번에 몰려 들었습니다. 구매가 시작된 지 5분 만에 인기 상품은 대부분 품절.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구매 전쟁’이 치열했습니다. 바지 하나에 20만~120만원, 재킷 하나에 38만~25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제품이지만 이 브랜드 옷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주름으로 이루져 쉽게 늘어나는 헐렁한 티셔츠, 몸빼 바지를 연상시키는 통이 넓은 고무줄 팬츠, 몸 선을 가리는 긴 기장의 치마와 루즈한 원피스….
이세이미야케 플리츠플리즈 옷의 특징입니다. 이 브랜드 옷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할머니 패션’ ‘청담동 사모 패션’의 대명사였습니다. 편하긴 해도 자칫 펑퍼짐해보이고, 일부의 광택이 나이 들어 보이게 한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2030세대가 플리츠플리즈 옷을 찾습니다.
![플리츠플리즈 주름 블라우스와 치마를 착용한 가수 강민경. 사진=강민경 인스타그램](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351515.1.jpg)
이 브랜드의 신상품은 매달 1∼2차례 출시되는데 입고와 동시에 '완판'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에 출시됐던 상품은 단종되는데 일부 인기 디자인은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서 웃돈까지 붙어 팔릴 정도입니다. 작년 10월에 나와 큰 인기를 끌었던 긴 기장의 랩스커트는 정가가 70만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대가 높지만 구매 대란이 일면서 프리미엄(웃돈)을 줘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품귀 현상을 보였습니다. 판매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최근에도 베이지나 블랙 등 인기 색상은 10만~20만원을 더 줘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습니다.
백화점 매장에서도 신제품이나 인기제품이 출시되면 마치 샤넬·롤렉스처럼 ‘오픈런’(매장 개점 시간 기다리다 열릴 때 달려가 구매하는 일) 사태가 벌어집니다. 플리츠플리즈는 지난해 간암으로 타계한 일본 출신인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1993년 선보인 브랜드입니다. 이세이 미야케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하면 떠오르는 검은 터틀넥 디자이너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야케가 개발한 ‘플리츠플리즈’는 ‘Pleats’(플리츠·주름)라는 이름처럼 옷 전체에 얇은 주름이 있습니다. 대형 원단을 먼저 재단하고 형태를 잡아 재봉한 뒤 특별 가공을 합니다. 마치 아코디언처럼 잘 늘어났다가도 제 모습을 찾는 게 특징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일본 방일 당시 도쿄 한 식당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오찬을 하며 이세이미야케 옷을 선물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ZA.32920330.1.jpg)
이처럼 명품시장에서도 ‘할매니얼 트렌드(할매+밀레니얼)’가 옮겨 붙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맞아 편한 의상을 찾는 현상이 주효하면서 주목받은 패션 트렌드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선호하는 명품의 특징은 ‘극강의 편안함’. 주로 소재가 우수하고 사이즈가 넉넉해 입은 듯 입지 않은 느낌, 신은 듯 신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이 장점입니다.
![로로피아나 썸머 워크 로퍼 제품. 사진=로로피아나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351516.1.jpg)
마치 동네 마실을 나온 할머니가 들법한 디자인의 407만~449만원짜리 에르메스 ‘피코탄’ 핸드백도 명품 마니아들 사이에선 편한 제품으로 유명합니다. 말 사료 주머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는 이 가방은 지퍼나 단추가 없는 장바구니 같은 자연스러운 모양과 쉽게 구겨지는 가죽 재질이 특징입니다. 심플한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갖췄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달려 수십번씩 오픈런을 해도 구하기 어려운 가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수 겸 배우 수지가 매고 나와 품절 사태를 빚은 70만원짜리 에르메스 스카프도 대표적인 할매니얼 명품템입니다.
![에르메스 피코탄 핸드백. 사진=에르메스 홈페이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351551.1.jpg)
![에르메스 스카프를 착용한 가수 겸 배우 수지. 사진=수지 인스타그램](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351552.1.jpg)
소비자들은 옷 한 벌로, 또는 가방 하나로 딸-엄마-할머니 혹은 아들-아버지가 같이 착용하기도 합니다. 30대 한모 씨(35)는 60대 어머니와 80대 외할머니와 플리츠플리즈 옷을 공유합니다. 한 씨는 “누가 입어도 잘 맞아 실용성을 갖췄다”며 “최근 플리츠플리즈 치마를 입고 마트에 갔는데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옷이 예쁘다며 구매처를 묻더라”고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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