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경매사가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설명하고 있다. 정준영 한경디지털랩 PD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경매사가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설명하고 있다. 정준영 한경디지털랩 PD
“375만달러(약 49억원)! 375만달러! 더 없나요?”

21일(현지시간) 세계적 경매업체 크리스티의 미국 뉴욕 경매장. 작품을 놓칠세라 쉴 새 없이 손을 들어 올리던 컬렉터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춰 섰다. 곳곳에서 아쉬움이 밴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 초 뒤 ‘sold!(낙찰)’란 경매사 선언과 함께 ‘땅땅땅’ 해머 소리가 울렸다. 환호성이 터졌다. 역대 가장 비싼 조선시대 ‘달항아리(moon jar)’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8세기에 누군가가 만든 이 도자기는 지난가을부터 전 세계 도자기 컬렉터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덩치(45.1㎝)가 큰데도 매끈한 곡선과 단아한 자태를 놓치지 않은 덕분이다. “동그란 달 모양과 깨끗한 흰색의 보디 컬러를 유지하면서 이렇게 큰 항아리를 손으로 빚은 건 기적에 가깝다. 윗부분(목)과 아랫부분(받침)이 깔끔하게 마무리됐고 깨지거나 흠집이 난 부분도 없는 역대급 작품”(다카키 무라카미 크리스티 아시아 미술 경매 담당)이란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경매에 앞서 크리스티가 예상한 낙찰 추정가는 100만~200만달러(약 13억~26억원)였다. 입찰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웃돈을 얹겠다는 ‘콜’(전화)이 전 세계에서 쏟아지면서 ‘해머 프라이스’(낙찰가·375만달러)가 추정가의 두 배 넘게 뛰었다. 여기에 구매 수수료와 세금이 붙은 최종 구매가격은 456만달러(약 60억원)였다.

2000년대 들어 낙찰된 최고가 달항아리(2007년 100만달러)의 4~5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날 함께 진행된 ‘세계 100대 미술품’으로 꼽히는 일본 판화 ‘가나가와만의 큰 파도’(낙찰가 280만달러)보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았다. 낙찰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경매에서 겸재 정선의 ‘금강산팔경도’, 박수근의 ‘앉아있는 세 여인’, 백자청화 수화문 각병, 고영훈 작가의 회화 ‘달 2020’ 등이 새 주인을 맞는 등 한국 작품을 찾는 이가 많았다.

기욤 세루티 크리스티 최고경영자(CEO)는 “다양하고 의미 있는 한국 미술품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