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아나쇼어GC의 아침 모습. 나무가 없고 사막의 골프장처럼 곳곳에 듄스(모래언덕)를 배치했다. 잔디는 위로 자라지 않고 땅에 붙어 자라는 제온 조이시아 품종으로 스코틀랜드 골프장을 연상케 한다.  /김재후  기자
호이아나쇼어GC의 아침 모습. 나무가 없고 사막의 골프장처럼 곳곳에 듄스(모래언덕)를 배치했다. 잔디는 위로 자라지 않고 땅에 붙어 자라는 제온 조이시아 품종으로 스코틀랜드 골프장을 연상케 한다. /김재후 기자
한국 골퍼들에게 겨울은 연습의 계절이다. 영하의 기온에 그린은 얼고, 아이언은 페어웨이에서 튕겨져 나온다. 눈밭으로 변한 골프장에서 공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겨울엔 골프장을 찾는 대신 다음 시즌을 위해 클럽을 바꾸고, 샷을 연습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연습만 하다 보면 그래도 ‘필드’에 나가고 싶은 욕망이 든다. 스크린 골프로도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에 도달하고, 선진국의 문턱에 올라선 덕분에 골프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코로나로 멈췄던 해외여행도 이제 서서히 재개하는 분위기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된 기존의 ‘가성비’ 위주의 골프장 투어도 많다. 하지만 돈을 더 쓰더라도 이색적인 골프코스를 경험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연습도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골퍼도 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곳이 베트남 중부의 도시 호이안이다.
‘경기도 다낭시’ 대신 호이안
"가을골프는 빚 내서라도 치랬는데…지금 호이안이 딱 그 날씨"
호이안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베트남의 중간에 자리한 도시다. 한국 관광객이 너무 많이 찾아 ‘경기도 다낭시’로 불리는 다낭보다 살짝(40㎞) 남쪽이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 도시는 인구 10만 명 안팎의 평화로운 곳이다. 호이안(會安)이란 이름도 ‘평화로운 회합소’란 뜻이다. 호이안의 기후는 하노이 등 북부의 아열대와 호찌민 등 남부의 열대기후 사이로, 1~2월 20~27도 사이에서 움직인다. 2월엔 강수일이 이틀 정도로 쾌적하다. ‘달러 빚 내서라도 친다’는 한국의 가을골프 시즌과 흡사한 환경이다.

호이안은 개발이 한창이다.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전 국가주석의 고향이 호이안 바로 옆 도시(꾸에선)로, 해안가를 따라서 현재 5조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는 2028년엔 리조트와 호텔 카지노 빌라 골프장들이 4㎞의 해안가를 따라 빼곡하게 들어설 예정이다. 먼저 이 자리를 선점한 회사가 호이아나다. 중국계 자본으로 호이안 해변가에 호텔과 리조트, 레지던스, 카지노 그리고 골프장(호이아나쇼어GC)을 지난해 완공하고 운영 중이다.
“코스가 동남아 맞아?”
호이아나리조트에서 호이아나쇼어GC를 바라본 광경. 지금은 공터지만 이 일대에 2028년 호텔과 리조트 빌라 골프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호이아나리조트에서 호이아나쇼어GC를 바라본 광경. 지금은 공터지만 이 일대에 2028년 호텔과 리조트 빌라 골프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호이안은 아직 주변이 휑하다. 호이아나호텔과 레지던스, 골프장이 전부다. 쇼핑이나 관광, 유흥을 즐기려면 택시를 불러 다낭까지 이동해야 한다. 왕복 택시비는 4만원가량 든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환경이 사람들을 골프에 묶어 둔다.

총 전장 7000야드의 18홀(파71) 규모의 호이아나쇼어GC는 한국에선 보기 힘든 골프코스다. 코스 전체에 나무가 없고 해안이 훤히 보인다. 모래언덕(Dunes)을 곳곳에 조성해 베트남이나 동남아란 사실을 잊게 한다. 영국 스코틀랜드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최상급 골프장에 온 것 같다. 위로 곧게 자라는 대신 땅바닥에 붙어 자라는 잔디인 제온 조이시아 품종을 심고 A러프는 없어 티샷 시 공이 많이 구르고 세컨드샷할 때에도 공이 지면에 바투 붙어 있다.

코스 설계는 미국의 링크스 코스 전문 디자이너인 로버트 존 주니어가 맡았다. 그는 공사 당시 공개한 유튜브에서 “여기 풍광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우리가 할 것은 최소화하면서 자연경관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했다”며 “이곳에 골프장 설립을 의뢰받자마자 ‘골프의 순수한 교향곡(a pure symphony of golf)’을 만들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잘 관리된 페어웨이와 그린, 미국 캘리포니아의 페블비치를 연상시키는 해안가 골프장에 티오프 간격도 15분을 유지하는 이 골프장은 2018년 개장 이후 곧바로 영국의 골프월드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장과 아시아 3대 골프장에 바로 이름을 올렸다. 작년엔 베트남 골프&레저로부터 ‘2022년 베트남 최고의 골프 코스’로도 선정됐다. 향후 36홀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골프 비용은 주중 355만동(약 19만원), 주말 455만동(약 24만원)이다. 골퍼마다 배정되는 캐디의 피(fee)는 1인당 17만동(약 9000원)으로 공지돼 있지만, 팁으로 통상 30만동(1만6000원)가량 추가 지급하는 분위기다.
골프에 최적화된 환경
호이아나쇼어GC에선 16번 홀부터 오른쪽으로 바다를 낀 코스가 이어진다. 시그니처홀인 16번 홀의 그린은 바로 모래사장과 맞닿아 있다.
호이아나쇼어GC에선 16번 홀부터 오른쪽으로 바다를 낀 코스가 이어진다. 시그니처홀인 16번 홀의 그린은 바로 모래사장과 맞닿아 있다.
호이아나쇼어GC 인근엔 호이아나호텔앤스위트와 호이아나 레지던스 등 골프장과 같은 계열의 숙박시설이 붙어 있다. 걸어서 이동도 가능한 거리지만 골프장 이용 시 카트나 승합차가 운행한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호이아나 레지던스는 5성급으로 서울의 고급 레지던스와 견줘도 시설이 뒤지지 않는다. 혼자 쓰는 스튜디오부터 6인이 쓸 수 있는 3베드룸까지 있으며 총 270실 규모다. 4인 이용 시 방 2개(침대는 3개)와 화장실 2개, 욕실 2개 등의 규모(126㎡)로 세탁기와 인덕션 등도 갖추고 있다.

G층엔 K마트가 있어 한국 라면과 소주 등도 살 수 있으며 요리한 뒤 설거지 등을 하지 않아도 다음날 하우스키핑으로 처리된다. 이 방을 주말을 끼고 2월에 1주일 예약하면, 장기 숙박으로 25% 할인돼 총 612만동(약 32만원)에 묵을 수 있다.

레지던스 옆엔 지난해 문을 연 141개 스위트룸을 갖춘 호이아나 호텔&스위트도 있다. 리조트와 호텔 투숙객은 모두 조식이 뷔페로 제공되는데, 쌀국수는 웬만한 식당보다 맛있다는 평을 듣는다. 리조트와 호텔 로비엔 한식(오발탄) 중식 베트남식 서양식 등의 식당이 있고, 마사지숍과 카지노도 24시간 운영한다.

호이아나쇼어GC엔 그물이 보이는 ‘닭장’ 같은 연습장이 아니라 잔디가 깔린 연습장도 있다. 시간 제한은 없고 18만동(약 9500원)에 100개 볼이 제공된다. 레슨프로도 있어 원하면 원포인트 레슨도 가능하다. 이곳을 찾은 한국인 골퍼는 “아침에 조식을 먹고 골프 연습 후 라운드를 마치고 한식당에 들른다”며 “이후엔 마사지를 받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마무리하는 ‘골프와 휴식에 최적화된 스케줄’이 가능한 곳”이라고 평했다. 밤엔 원하면 카지노도 즐길 수 있다.

호이안(베트남)=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