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의 배·레생보 ▲ 제사를 부탁해 = 박서련 지음. 정영롱 그림. 같은 소재를 소설과 만화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풀어낸 독특한 책이다. 고인을 위한 맞춤형 제사상을 차려주는 '제사 코디네이터' 수현은 시한부 판정을 받고 일찍 세상을 떠난 친구 정서의 1주기 제사를 준비한다. 유령이 된 정서는 수현의 제사상을 마주하고서야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픔에 잠긴다. 수많은 사람의 제사상을 차려왔지만 정작 절친한 친구를 위한 제사를 앞두고는 진짜 좋아하는 것을 알지 못해 막막하기만 한 수현의 시점은 박서련 작가가 소설로 풀었다.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시한부로 죽음을 맞고도 가족 주변에서 유령으로 떠도는 정서의 눈으로 본 스토리는 정영롱 작가가 만화로 그렸다. 두 작가가 함께 설정을 쌓고 인물을 빚어낸 창작 일지도 메신저 대화창 방식으로 함께 수록됐다. 문학동네. 144쪽. ▲ 테세우스의 배 1∼10권 = 히가시모토 도시야 글·그림. 정선정 옮김.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인기 만화 '테세우스의 배'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테세우스의 배'는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손가락질받고 자란 주인공 신이 아버지를 찾아가던 길에 돌연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1989년 고향 마을에 시간을 초월해 도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성인이 된 채로 과거의 부모님과 형제를 마주한 주인공은 어떻게든 살인 사건을 막으려고 들지만, 여전히 수상한 사건들이 끊기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아버지가 진범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상황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테세우스의 배'는 히가시모토 도시야(東元俊哉)의 대표작으로, 2017∼2019년 만화잡지 '모닝'에서 연
“저는 스티브 잡스라고 합니다.”1994년 11월 어느 날 디지털 인쇄 기술 기업인 일렉트로닉스 포 이미징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로렌스 레비(사진)에게 스티브 잡스가 전화를 걸어 왔다. 픽사라는 회사의 CFO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그해 새로운 컴퓨터 회사 넥스트를 세웠다. 이듬해엔 500만달러를 내고 루카스필름으로부터 픽사를 사들였다.미국에서 2016년 출간됐고, 최근 국내에 번역된 <픽사, 위대한 도약>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5년 동안 픽사 CFO로, 2006년까지 픽사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던 레비의 회고록이다. 픽사에 관한 책은 많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픽사 공동창업자인 에드 캣멀이 쓴 <창의성을 지휘하라> 같은 유명한 책들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픽사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가 남아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간단히 깨부순다. 명목상 최고경영자(CEO)였던 잡스를 대신해 픽사의 살림을 도맡았던 레비는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픽사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잡스의 전화를 받은 레비는 망설였다.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혁명을 주도한 불세출의 천재였지만, 변덕스러운 독재자로 악명도 높았다. 게다가 픽사란 회사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잡스를 대면한 레비는 그의 인간적 매력과 비전, 그리고 픽사를 둘러보며 느꼈던 흥분에 이끌려 CFO를 맡기로 수락한다.1995년 2월 첫 출근을 하고 며칠을 지낸 레비는 이렇게 회상했다. “픽사의 누구도 나와 가깝게 지내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픽사 사람들은 잡스를 싫어했다. 레비 역시 ‘잡스의 사람’이라 여겨 거리를 둔 것
“세상의 흐름을 통찰하고 싶은 모든 청년에게 일독을 권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출간된 책 한 권에 이런 추천사를 실었다. 저명한 역사서, 산업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는 디지털 대전환(DX)에 대한 책이 아니다. 환경경제학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진)가 쓴 <기후 위기 부의 대전환>이다. 쉬운 문장 덕에 술술 읽히지만 책의 메시지는 무겁다. “기후정책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구축할 기회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홍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이 환경뿐만 아니라 산업·경제 이슈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요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각국 친환경 정책이 ‘그린플레이션(환경+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탈(脫)탄소’를 서두르자는 책을 낸 이유는 뭘까. 홍 교수는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라며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관세를 매기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오는 4월 상장사의 탄소배출량 공시 의무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선진국 중심 기후대응 움직임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지적도 있다. 홍 교수는 “대한민국은 이제 그런 말을 하기에는 국제적 위상이 너무 높아져 버렸다”고 했다. 이어 “주요국 기후정책이 한국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면 더더욱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라며 “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