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엮고 담다 : 바구니를 통해 본 한국의 생활문화' 보고서
자연을 엮어낸 조상의 지혜…옛 바구니에 담긴 생활문화
짚이나 풀, 나무 등을 엮어 만든 전통 바구니는 일상에서 물건을 저장하고 운반하기 위한 그릇으로 널리 쓰였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써 형태와 크기를 원하는 대로 만들었는데 사는 곳에 따라, 어떤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제각각이라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대표적인 생활 용구였던 바구니를 중심으로 생활문화를 살펴본 '엮고 담다 : 바구니를 통해 본 한국의 생활문화'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보고서는 바구니를 쓰임에 따라 분류한 뒤 그 역사와 의미 변화, 제작 과정 등을 살펴봤다.

옛사람들은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식물 중에서 적당한 것을 선택해 바구니를 만들었다.

볏짚, 댕댕이덩굴, 왕골, 대나무, 버들, 싸리 등 다양한 재료 특성에 맞게 가공하고, 용도에 맞게 바구니를 엮기까지 전 과정에는 조상의 지혜가 곳곳에 담겼다.

일종의 전통 지식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박물관 측은 "풀과 나무로 엮은 바구니의 쇠퇴는 단순히 생활 용구의 소멸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식물에 관한 민속 지식, 제작기술, 제작 도구 등 바구니를 둘러싼 모든 전통 지식의 소멸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과거 필수 살림살이로 여겨졌던 바구니가 최근 장식품으로 쓰이는 변화의 흐름도 짚는다.

산업 기반이 부족하던 시기에 바구니는 부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화와 공업화가 진행되고 화학 소재 바구니가 보급되면서 기존 바구니는 향토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예품이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게 됐다.

더욱이 값싼 수입산 바구니가 유입되면서 비교적 고가였던 국내산 바구니는 실생활에서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고, 생활용품보다는 실내를 장식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물건을 저장하고 담는 용도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같지만 문화적 의미는 상이하다"며 "바구니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고 의미가 변해가는 과정은 현재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약 850점의 풀과 나무로 엮은 바구니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자세한 보고서 내용은 누리집(https://www.nf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연을 엮어낸 조상의 지혜…옛 바구니에 담긴 생활문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