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뜻일까?
사진=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2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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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티비~저쩔티비~"

최근 배우 신혜선이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2(이하 SNL)에 출연해 화제가 된 유행어입니다. 이른바 '10대들의 언어'를 기가 막히게 소화해낸 신혜선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튜브 검색창에 '신혜선'만 쳐도 '잼민이'(온라인상에서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아이들을 이르는 말)가 따라붙을 정도입니다.

'신혜선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쿠팡플레이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같은해 1월 대비 306만8586명이 늘어 약 590%나 급증했습니다. 또 SNL은 '2022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에서 웹예능 프로그램 부문 대상도 수상했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출연진이 고생한 덕분이겠지만, 신혜선도 톡톡히 한몫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합니다.

영상을 보면서 그저 재밌게 웃어넘기던 중,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20대 후반을 지나고 있는 기자는 유행에 꽤 민감하다고 자부해왔습니다. 그런데 당최 '어쩔티비', '저쩔티비' 같은 말의 뜻은 추측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쩌라고', '저쩌라고'라는 뜻인 것 같긴 한데, 무슨 이유로 뒤에 '티비'가 붙었는지는 도무지 예상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찐초딩'에게 물어봤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됐겠지만, 생생한 현장 한복판에 서 있는 초등학생에게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올해로 13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사촌 동생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사진=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2 캡처

사진=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2 캡처

"어쩔티비가 뭐야?"

동생은 까르륵 웃었습니다. '알아서 뭐 하게?' 속으로 비웃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정답은 '어쩌라고 가서 티비나 봐'의 줄임말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근데? 근데보다 순대가 더 맛있어" 말장난을 치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요즘 이 유행어 어른들이 따라 써서 애들은 안 쓴다던데?" 기자가 묻자, 동생은 "그래도 아직은 쓴다"고 했습니다. 동생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은 어쩔 뒤에 '티비'뿐만 아니라 각종 전자제품, 자동차 브랜드 이름 등을 붙이며 재미 삼아 소위 '배틀'을 벌인다고 합니다.

'어쩔다이슨헤어드라이기', '어쩔삼성비스포크냉장고' 등 어쩔이란 말 뒤에 더 비싼 물건을 붙이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그런데 동네 아파트 브랜드 이름도 붙인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엘거(LH거지)'라는 놀림도 있다는데,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그런 배틀에는 끼지 말라고 결국 잔소리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동생 말만 들어볼 순 없어 집 옆 놀이터에도 한번 나가봤습니다. 영하를 한참 밑도는 날씨에도 몇몇 아이들은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동생의 설명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절레절레전래동화'라는 말도 있다고 알려줍니다. 순간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신혜선 '어쩔티비' 난리라던데…"어쩔비스포크냉장고"까지 등장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0대들의 은어는 야단의 대상이었습니다. "바르고 고운 말 써야지", 세종대왕님 슬퍼하신다" 등 학창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자주 듣던 말입니다.

최근에도 역시 맘카페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들이 며칠 전부터 알 수 없는 신조어를 사용하는데 도대체 어쩔티비가 무슨 뜻인가요", "하루종일 아이가 어쩔티비, 저쩔티비 노래를 불러요. 참 듣기 좋지 않고, 걱정입니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물론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은 지양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일종의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은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최근 스마트학생복이 10대 청소년 11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아이들은 은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보다 더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편해서', '친구들이 써서', '재밌어서',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의 은어 사용에 막연히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개성'으로 봐줘도 괜찮지 않을까요?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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