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려운 성경, 친절한 길잡이를 만나다
성경에는 ‘이스라엘’이라는 단어가 2000번도 넘게 나온다. 이스라엘의 기원이 하느님에서 비롯됐으며 유대인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는 내용도 있고 각종 족보도 언급된다. 그렇다면 한국인을 비롯해 유대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이들은 하느님을 믿어도 구원을 받을 수 없는 걸까.

허영엽 신부는 《성경 속 궁금증》에서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마르코복음서에는 예수님이 주위에 앉은 사람을 둘러보며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라고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하느님의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실제 족보가 아니라 ‘믿음의 족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1984년 사제 서품을 받은 허 신부는 본당 신부를 거쳐 17년째 서울대교구 대변인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신문과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성경을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해설하는 데 힘써왔다. 이 책은 2011~2013년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것이다. 신자들이 성경을 읽으며 궁금해할 만한 95개 질문과 이에 대한 친절한 답변이 잘 정리돼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성경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첫날 마태오 복음서를 앞에서부터 무작정 읽었어요. 그런데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낳고, 이사악은 야곱을 낳고…’ 등 계속해서 누가 누구를 낳았다는 얘기만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성경이 뭐 이렇게 애 낳는 얘기밖에 없냐’고 불평하기도 했지요. 공부든 취미든 재미있어야 오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기록된 성경을 재미있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시 시대의 문화, 풍속, 지리 등을 통해 신자들이 성경을 이해하는 걸 돕고자 했습니다.”

저자는 성서는 누가 기록했는지,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이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기술돼 있는지 등 성경을 읽으며 생길 수 있는 각종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염수정 추기경은 “신자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라고 이 책을 추천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