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보이드 국제갤러리 개인전
호주 원주민 출신 미술가가 그린 '보물섬'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은 1770년 인데버호를 타고 호주에 도착했다.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호주에 발을 디딘 그는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호주 곳곳에는 그의 동상이 있다.

그러나 원주민들에게 제임스 쿡의 호주 상륙은 '발견'이 아니라 '침략'이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지금도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임스 쿡 선장 동상이 훼손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시드니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다니엘 보이드(39)는 호주 원주민 출신 현대미술 작가다.

"나의 작품은 모두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찰,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선조들의 존재로부터 시작한다"는 그의 작업에 호주의 역사, 가족과 조상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작가는 그동안 작업을 통해 호주의 탄생 배경 등에 대한 기존의 낭만주의적 개념을 경계하고 의심해왔다.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17일 개막한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보물섬'은 서구의 일방적 역사관과는 다른 시선을 담은 회화와 영상 등 약 25점을 선보인다.

스코틀랜드 출신 소설가 겸 시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은 다니엘 보이드의 초창기 작업부터 등장했다.

작가는 초기 연작 'No Beard'에서 호주 식민지 역사의 영웅 제임스 쿡 선장과 조지프 뱅크스 경을 해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는 소설에 언급된 보물섬 지도를 그린 작품, 스티븐슨의 초상을 담은 작품 등을 선보인다.

스티븐슨이 사용했던 화려한 색상의 접시를 재구성한 회화도 있다.

보이드는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의 포스터 이미지를 담은 작품 등을 통해 역사와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서구 중심적 관점으로 문학과 영화 등에 기술된 정형화된 역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신작 회화에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탐사에 참여한 작가의 증조부, 전통춤 공연을 준비 중인 친누나의 모습을 재현했다.

소설 '보물섬',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 작가의 가족 등을 다룬 작품들은 서로 무관한 듯하지만, 뿌리와 역사에 대한 작가의 관심 아래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

다니엘 보이드의 회화는 볼록한 점들로 구성된 특유의 표현으로도 눈길을 끈다.

캔버스는 마치 색약 테스트 화면처럼 작은 원형 점들로 구성됐다.

풀로 점을 찍고 색을 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그림 속 점에 대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라고 설명한다.

점 하나로는 전체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단면만 봐서는 세상을 제대로 보기 어려운 것처럼, 작품에서 떨어져야 비로소 점들이 이루는 형상이 보인다.

작은 렌즈가 모여 하나의 창을 이루는 셈이다.

8월 1일까지.
호주 원주민 출신 미술가가 그린 '보물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