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장편 '프리즘' 출간…"1년간 계절 변화를 따라가는 연애소설"

"코로나 시대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앗아갔다.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폐해 외에도 엄청난 비밀이 하나 있다.

당신은 거리에서 누군가에게 한눈에 반할 운명적 사랑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
데뷔작 '아몬드' 한 편으로 일약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가로 급부상한 손원평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대한 단상을 내놨다.

최근 출간한 신작 장편소설 '프리즘'(은행나무 펴냄)에 실은 '작가의 말'을 통해서다.

손원평 "누군가에 반할 운명적 사랑의 기회도 코로나에 박탈"
손원평이 신종 전염병으로 잃은 것 중 가장 아쉬워하는 건 '운명적 사랑의 기회'이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나 한눈에 반한 '긴 생머리의 그녀'나 '치아가 가지런한 키다리 남자'와의 사랑 같은 운명적 인연 말이다.

심지어 그는 우연한 사랑을 하지 못하게 된 이 불통의 코로나 시대를 '아쉬움'으로 보는 걸 넘어 '비극'으로 규정했다.

그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우연'이라는 마법은 얼굴을 덮은 마스크의 면적만큼 줄어들었고, 서로가 서로의 매력을 알아챌 가능성은 경계심이라는 이름 뒤로 숨어버렸다"면서 "당신이 지금 사랑을 못 하고 있다면 이유는 그 때문일 수 있다.

진정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애 소설인 이 작품을 쓴 시기가 다행히 팬데믹 이전이라는 점에 안도했다.

"다행히 이 작품은 이 모든 일이 시작되기 전에 쓰였다.

"
'프리즘'은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서로 엇갈리는 만남과 이별 속에서 다양한 빛깔로 흩어지는 마음의 편린을 포착한 이야기다.

쉽사리 사랑에 접근하지 못하는 남자 도원, 상처와 회한을 견디고 살아내는 여자 재인, 아파도 사랑을 멈추지 못하는 여자 예진, 마음을 꼭 닫아버린 남자 호계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서정적이면서 느린 문체로 그려낸다.

타인을 사랑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배우며 성장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사랑이 우리 마음에 어떤 모양의 나이테를 남기는지 곱씹게 한다.

손원평은 지난해 가을까지 문예지에 연재했던 이 소설을 단행본으로 펴내기에 앞서 개작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시대'를 반영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여러 고심 끝에 "작품에 마스크를 씌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예진과 도원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야외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것이며, 자영업자인 재인은 베이커리 영업이 어려워져 호계라는 알바를 고용하지 못했을 것이고, 재인과 도원이 재회한 연극 공연은 무기한 연기, 충동적이고도 갑작스러운 키스를 앞두고 동시에 마스크를 내릴 사람은 없을 테니 예진과 호계의 키스 또한 자동 불발…."
손원평은 코로나 시대에 '연애 생활'을 지켜내고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질병관리청 권고는 아니지만 귀담아들을 만하다.

"세상은 수상하고 위험하지만 그보다 더했던 시절은 늘 앞서 존재했고 인류는 그 시간을 모두 지나쳐왔다.

그러니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마음을 아끼지 말자.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도. 누가 뭐래도 지금은 사랑하기에 더없이 걸맞은 때다.

그렇게 믿어본다.

"
영화감독이기도 한 손원평은 2017년 출간한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아몬드'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으면서 가장 인기 있는 국내 소설가로 떠올랐다.

아몬드(양장본)는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국내 주요 서점들에서 여전히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달에는 예스24 독자 선정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손원평 "누군가에 반할 운명적 사랑의 기회도 코로나에 박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