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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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슈가의 믹스테이프에 미국 사이비 종교 교주 제임스 워런 짐 존스의 연설이 인용돼 논란이 됐다.

지난 22일 슈가가 활동명 ‘어거스트 디’로 공개한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의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 도입부에 짐 존스의 1977년 연설 내용 중 “당신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 살아서 믿는 자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Though you are dead, yet you shall live, and he that liveth and believeth shall never die)”라는 구절이 삽입돼 충격을 줬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파문이 일자 31일 “문제점을 확인해 해당 부분을 즉각 삭제하여 재발매했다”며 “이로 인해 상처받으셨거나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와 관련해 “해당 곡을 작업한 프로듀서가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샘플을 선정했고, 적정성 확인 절차를 거쳤으나 부적절한 샘플임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아티스타가 아닌 프로듀서에게 책임을 전가해 빈축을 샀다.

슈가의 신곡으로 재조명된 사이비교주 짐 존스의 사건의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짐 존스는 당시 미국에서 인민사원이라는 사이비 종교를 세웠다가 자신의 악행이 폭로되자 신도들과 함께 남미 가이아나로 이주했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끝내 1978년 11월 900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세계 최대의 집단자살극으로 알려진 인민사원 사건의 주인공 짐 존스는 목사 출신으로 빈민박해와 계급차별 타파를 주장하며 교인을 모았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계곡,샌프란시스코로 사원을 옮기며 신도 수를 늘리고 특히 백인 중심의 미국 교회를 비판, 흑인 신자를 끌어들였다.

정치수완도 뛰어나 한때 샌프란시스코 주택국장을 역임했으나 이탈신도의 비리 폭로가 이어지자 1천200명 신도와 함께 가이아나로 떠났고 포트카이투마 인근 정글에 정착해 3천만평 규모의 '존스타운'을 건립했다.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인종화합의 거룩한 이상향을 표방했지만 존스타운의 이면에는 노동착취, 재산약탈과 성폭력, 이탈 위협이 존재했다.

1978년 11월 17일 미 하원의원 레오 라이언과 취재진이 실상 조사를 위해 존스타운에 도착했고 이 과정에서 신도 일부가 조사단과 함께 떠나기를 원했다.

다음날 비행기에 탑승하는 그들에게 기관총 세례가 쏟아졌고 라이언 의원과 NBC 기자 등 5명이 사망했다.

사흘 뒤 가이아나 정부군이 존스타운을 급습했으나 현장에는 집단자살한 914명의 시신만 남아 있었다.

어린이 276명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도들은 청산가리를 탄 음료를 마셨고 저항한 일부는 총살됐다.

현장에서 탈출한 증언자에 따르면 짐 존스는 신도들에게 '종단투쟁의 일환으로 집단자살하는 아름다움'을 역설하며 자살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종교적 광기를 충성으로 착각하는 행위가 사이비종교,종말론,극단주의의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범죄자의 연설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진 후 소속사 측이 공식사과했지만 팬덤 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빅히트는 “아티스트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모든 제작 과정을 더욱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당 곡이 수록된 ‘D-2’는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영국 오피셜 차트 ‘톱 100’ 7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