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홍역에 감염되면 면역체계가 신생아 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홍역에 감염되면 면역체계가 신생아 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홍역은 현대사회에서 무서운 질병이 아니다. 단 2회 예방접종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홍역에 단 한 번이라도 감염이 된다면 신생아 수준의 면역체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31일 AP통신과 헬스데이 뉴스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과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 연구팀은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체계가 기억을 상실, 전에 있던 감염 정보를 잃어버린다는 2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면역체계가 전에 있었던 감염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전에 겪었던 감염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상실해 같은 감염질환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의 마이클 미나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홍역이 발생한 네덜란드의 한 마을에서 홍역에 걸린 아이들 77명으로부터 감염 전과 회복된 후 혈액 표본을 채취한 뒤 항체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홍역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많이 형성돼 있었지만, 그 이전의 감염으로 형성됐던 각종 항체는 11~73%까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홍역 증세가 심했던 아이들일수록 전의 감염으로 형성돼 있었던 항체들이 더욱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면역체계 자체가 신생아 때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일단 홍역에 걸리면 면역체계는 신체를 다른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다른 감염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맞았어도 홍역에 걸리면 전에 맞았던 각종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웰컴 생어 연구소의 벨리스라바 페트로바 교수 연구팀 역시 이를 증명하는 또 다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페트로바 교수 연구팀은 홍역에 걸린 아이 중 26명으로부터 감염 전과 감염 40~50일 후 채취한 혈액 표본에서 항체 관련 유전자들의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홍역 감염 이전에 다른 감염으로 이미 형성돼 있었던 특정 '기억' 면역세포들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적인 면역체계는 한정된 항체만이 존재하는 미성숙 상태로 '리셋(reset)'돼 있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실험을 이어갔다. 독감 백신을 맞은 흰족제비에 홍역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전에 형성돼 있던 독감 바이러스 항체들이 크게 줄었다.

이 상태에서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시키자 매우 심한 독감 증상이 나타났다.

한편 첫 번째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11월호, 두 번째 연구논문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 11월호에 각각 발표됐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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