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적 구토' 재현한 무대 첫선
"단단하게 뿌리내린 한국영화"…한국영화 100년 축제(종합)
"올해가 한국 영화 100년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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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서울 단성사에서 '의리적 구토'가 선보인 지 100년이 되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국 영화 100년 기념 광화문 축제'에는 수많은 시민이 함께했다.

VR(가상현실) 체험존, 한국 영화 포스터 등을 전시한 '한국 영화 100년 전시', 한국 영화감독 100명이 만든 100초 단편영화 100편, 스타 포토존, 개봉 한국 영화 홍보존 등 전날부터 여러 부스가 마련돼 주말을 맞아 광장을 찾은 시민들 발길을 붙잡았다.

커다란 돔으로 마련된 가상현실(VR) 체험존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시민들은 VR 체험을 위해 돔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봉준호·박찬욱 감독과 배우 현빈, 손예진, 김태리, 전도연 등 유명 영화인들의 사진으로 만든 선간판이 나란히 선 스타 포토존 앞에서도 시민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개봉 한국영화 홍보존에는 '삽질', '윤희에게', '오늘, 우리' 세 편 영화가 참여했다.

'삽질'은 기대 평을 남기는 관객에게 추첨을 통해 영화표를 증정하고 '윤희에게'는 영화 제목인 '윤희' 대신 시민의 이름을 넣어 글을 써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단단하게 뿌리내린 한국영화"…한국영화 100년 축제(종합)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영화 100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배우 김태리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중학생 장윤주(14) 양은 "'리틀 포레스트'(2018)를 보고 배우 김태리 씨 팬이 됐다"고 말했다.

장 양은 "오늘 한국 영화 100년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앞으로도 한국 영화가 우리나라만의 특색을 잘 담아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단단하게 뿌리내린 한국영화"…한국영화 100년 축제(종합)
임권택 감독 팬이라는 한 50대 남성 관객도 "지나가다 축제를 보고 한국 영화 100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온 시그네(14) 양은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가다 축제 현장을 보고 내렸다"고 전했다.

한복을 입고 어머니·친구와 한국을 여행 중인 그는 "한국 배우 중에는 박형식과 박보검, 한국 영화 중에는 '형'(2016)을 좋아한다"며 "내일 BTS 콘서트에도 갈 예정이다"고 한국 대중문화 팬임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 기념식과 음악회가 펼쳐졌다.

추운 날씨에도 수백명의 시민이 모였다.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장호 감독과 배우 장미희는 무대에 올라 "감동적인 밤이고 아름다운 밤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미희는 "100년 전 이 땅에 뿌리를 내린 한국영화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우리는 그 그늘에서 쉬고 그 꽃과 열매를 즐겨왔다"며 "단단하고 거침없고 무성한 한국영화를 세계와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가 지나온 100년의 역사를 상징하는 100가지 기념물들을 디지털 파일로 담아 타임캡슐로 봉인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봉준호 감독 등을 포함한 여러 영화인의 영상 축하 메시지가 전달됐다.

박 장관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한국영화산업 발전계획을 바탕으로 한국영화 콘텐츠의 다양성을 높이고 내년에는 강소 제작사 육성 펀드와 독립 예술 영화 유통 지원센터를 만들겠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영화가 제작돼 국민들이 더 많은 영화를 더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재현된 공연이었다.

필름 원본은 물론이고 본 관객도 생존해있지 않은 이 영화가 연쇄극(배우의 직접적인 공연과 영화를 섞어 상연하는 연극) 형태로 변사의 해설·노래와 함께 무대에 펼쳐졌다.

변사의 맛깔나는 해설이 이어지자 관객석에서는 중간중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음악회에서는 한국영화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를 배우들의 소개와 함께 시민들에게 선물했다.

가수 김윤아, 김태우, 임재현, 임희숙, 국악인 이봉근 등이 무대에 올랐다.

전날에는 영화 촬영 현장 재현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영화 '부산행'(2016) 속 좀비나 '히말라야'(2015) 속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