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캠핑하고 카셰어링하고…이젠 '적당한 불편'이 대세
지난 7월 말 미국의 ‘쉐이크쉑(쉑쉑)’이 국내 1호점을 내자 진풍경이 벌어졌다. 서울 강남대로에 들어선 매장 앞에 버거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500m 이상 길게 줄을 늘어섰다. 30도를 오가는 한여름 무더위 속에 3~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수많은 사람들이 감수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대기 줄 사진이 버거 사진만큼이나 많았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2017》에서 “쉑쉑은 기다리는 불편을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경험이자 매장의 새로운 매력으로 치환했다”며 “요즘 사람들은 ‘적당한 불편’을 매력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내년 라이프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적당한 불편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이제 ‘무조건 빨리, 쉽게’ 얻는 경험보다 자기 취향에 맞는 남다른 경험을 선호한다. 자신을 좀 더 멋지고 세련돼 보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캠핑 등 불편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도 트렌드 변화에 한몫했다. 이케아 등 DIY(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직접 만드는 것) 가구가 인기다. 조금 불편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싸고, 직접 가구를 만드는 듯한 재미도 있다. 최근 성장하는 카셰어링 시장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가 자동차 관리와 유지비용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조금 번거롭더라도 카셰어링을 택한다. 이런 현상은 인테리어 시장부터 식문화까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트렌드가 끊임없이 진화하며 서로 연결되고 변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년엔 평소에 채식을 하고 경우에 따라 식단을 조절하는 ‘플렉시테리언’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채식 전문 식당과 쇼핑몰 등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저자는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 트렌디한 일이기 때문”이라며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산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한다. 이는 도시 농업과 로컬 푸드 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한정된 기회와 차별화도 트렌드 코드가 될 것”이라며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제 기업의 숙제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줄 서는 불편을 감수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요즘 소비자를 상대하려면 트렌드의 연결 속에서 심화된 취향을 가진 이들을 좀 더 세심히 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