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조지훈 "지조 지키려면 최악 무릅써야"
[이 아침의 인물] 조지훈 "지조 지키려면 최악 무릅써야"
“지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최저의 생활, 최악의 곤욕을 무릅쓸 각오가 있어야 한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본명 조동탁)은 1960년에 발표한 수필 ‘지조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4·19 혁명을 한 달여 앞두고 사회가 매우 혼란했을 때였다. 독재와 부패가 판치는 암울한 시대, 그는 이 글을 통해 변절을 일삼던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지훈은 1920년 12월3일 경북 영양군에서 태어났다. 91년 전 오늘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학과 불교문화에 심취했던 까닭에 ‘고풍의상’ ‘승무’ 등 민족정서를 노래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1946년에는 박두진 박목월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집 《청록집》을 냈다.


그가 부드러운 감성만 지녔던 것은 아니다. ‘지조론’에서 보이듯 지사적 성격을 빼놓을 수 없다. 지훈은 일제강점기였던 1942년 한글운동단체인 ‘조선어학회’에 가담했다가 식민당국에 붙잡혀 고문을 당했다. 196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집회와 언론·지식인의 활동을 비난하는 ‘진해 발언’을 하자 “정치적으로 빈곤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고려대 교수로 일하던 그는 이 때문에 사직서를 늘 갖고 다녔다.

지훈은 1968년 5월17일 기관지확장증으로 영면했다. 1982년 정부는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기려 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