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이상 장기 불황에 빠져 있던 고미술 시장에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다.

신생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옥션단이 지난 26일 실시한 첫 경매에서 19세기 금강산 그림첩인 '와유첩'(臥遊帖)이 17억1000만원에 팔려 국내 고미술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1000만원 미만 작품의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고미술품 군소경매 회사들이 잇달아 문을 열거나 개업을 준비 중이다.

고미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미술 시장이 근 · 현대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작품값 역시 15년 사이에 큰 폭으로 하락했던 만큼 서서히 회복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낙찰률 수직 상승=K옥션의 경우 2006~2009년 50~60%대에 그쳤던 경매 낙찰률이 이달엔 64점 중 53점이 팔려 82%로 높아졌다. 서울옥션도 70%를 기록했다. 고미술경매회사 아이옥션의 낙찰률은 80%대를 넘어섰다.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옥션단의 첫 경매에서 김홍도의 금강산 그림을 본떠 그린 작품에 시문(詩文)을 덧붙인 '와유첩'이 2006년 서울옥션 낙찰품인 17세기 도자기 '철화백자운용문호'(16억2000만원)보다 9000만원 높게 팔렸다.

K옥션의 지난 10일 경매에서도 김옥균의 '행서시고'가 추정가보다 8배 높은 4200만원에 낙찰됐다. 순종황제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회중시계는 예상가를 훨씬 뛰어넘는 1억2500만원,명성황후의 한글 편지가 5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또 11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80만원으로 출발한 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묘작도'(猫雀圖)가 경합 끝에 3100만원에 팔렸고,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18세기 조선시대 청화백자가 7억6000만원에 팔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1000만원 미만의 중저가 백자,청자,고서화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아이옥션의 지난 18일 경매에서는 1000만원 미만 출품작 낙찰률이 도자기 88%,민속품 90%,고서화 75%를 기록했다.

◆경매회사 신설…시장도 기지개=고미술품 시장이 활기를 띠자 중저가 고미술품을 주로 매매하는 군소 경매업체들이 잇달아 생기고 있다. 2008년 출범한 아이옥션에 이어 옥션단,아트뱅크 등이 최근 문을 열었다. 또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의 큰아들이 운영하는 다보성 갤러리가 경매회사 설립 인가를 받았다. 고미술 업체 동예헌도 경매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옥션의 이학준 대표는 "경매시장에 나온 작품들의 70~80%가 점당 1000만원대의 중저가 작품으로 일부 컬렉터들이 장기 투자를 위해 '입질'하고 있다"며 "중저가 고미술품 경기가 바닥을 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