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아니 문정혁이 '물건'으로 커가고 있다. 가수 에릭이 연기자 문정혁으로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성공한 것. 가수 에릭은 2003년 '나는 달린다'로 연기 데뷔, 작년 '불새'를 통해 뜨거운 관심을 받은 후 지난달 23일 시작한 MBC TV '신입사원'(극본 김기호 이선미, 연출 한희)의 강호 역을 맡아 연기자로서 매력을 내뿜고 있다. 에릭은 '신입사원'부터 연기자로 활동할 때는 본명 문정혁을 사용하기로 했다. 작년 '불새'에서 인기를 모았을 때만 해도 캐릭터 덕분이었다는 평이 있었다. 바람둥이에 반항 기질을 갖고 있는 재벌 2세가 한 이혼녀를 만나 자신의 방식대로 지고지순한 애정을 보이는 캐릭터가 여성들에게 새로운 유형의 '백마 탄 왕자'로 여겨졌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신인 연기자답지 않은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드라마 단 두 편을 통해 부쩍 성장한 문정혁은 연기자로서의 자질을 '신입사원'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신입사원'은 거의 문정혁의 '원맨쇼'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휴머니티가 강조되는 연기 선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것. 시청자들에게 '코믹'이라는 당의정을 입혔지만, '신입사원'은 젊은이들의 방황과 가족애 등을 순간적이나마 진하게 표출하고 있다. 그는 코믹한 장면 뿐 아니라이런 장면도 놓치지 않고 극중 감정을 표현해내고 있는 것. 아버지의 헌 구두를 보고 일부러 맞아서 져야 하는 이종격투기 경기에 참가, 오히려 이겼던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계에서는 '물건이 떴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잖아도 남자 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데 가수 에릭의 연기자 문정혁 안착은 새로운 '스타배우 탄생'에 청신호가 되고있다. SBS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 조차 "'신입사원'에서 에릭의 끼가 맘껏 발휘되고 있다. 드라마에 몇 편 출연하지 않았지만 벌써 카메라 앞에서 자유자재로 놀 줄 안다"고 말했다. 카메오 출연했지만 영화 '달콤한 인생'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했던 문정혁은 본격적인 스크린 진출도 머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문정혁은 연극배우인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배에게 리딩과 연기 지도를 받고 있다. 촬영장에도 거의 붙어다니며 연기 방향을 함께 설정해가고 있다. '신입사원'은 탄탄한 극적 구성과 문정혁의 원맨쇼에 힘입어 '해신'이라는 난적이 버티고 있음에도 조금이나마 시청률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방 시청률이 높은 '해신'과 달리 서울과 수도권에서 반응이 좋아 지난 31일 서울지역 시청률이 17.1%까지 올랐다. 가수 에릭 역시 흔들리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 이효리와 함께한 애니콜 뮤직비디오 '애니모션'이 신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여기서 그는 랩과 댄스 실력을 새삼 발휘했다. 작년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 문정혁 역시 군 입대 문제가 걸림돌이다. 그의 소속사 굿엔터테인먼트 신민경 팀장은 "군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연기자로서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에릭 스스로 굉장히 노력하는 편이라 군에 가기 전 팬들이 에릭의 여러가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