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루이 14세가 귀족들과 커피를 마시던 궁중연회는 세계경제의 생생한 현장이었다고 한다. 예멘의 모카에서 사 온 커피에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 섬의 노예 플랜테이션에서 생산된 설탕으로 단맛을 낸 뒤 중국산 도자기에 담아 마셨기 때문이다.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케네스 포메란츠 외 지음, 박광식 옮김, 심산문화, 1만8천5백원)은 이같은 물품들의 교역을 통해 세계사 읽기를 시도한다. 저자들은 유럽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일 뿐이라며 유럽 중심주의를 경계한다. 세계화는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적어도 15세기부터는 중국 인도 동남아 중남미 등 여러 개의 중심을 가진 복잡한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 저자들은 이 때부터 시작된 국제교역 관련 제도와 규약의 성립, 수송수단의 발달에 따른 무역 활성화, 화폐ㆍ도량형 등의 표준화가 초래한 결과 등을 76가지의 생생한 예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특정 지역의 특수한 식품이었던 커피와 차, 설탕, 초콜릿, 담배 등이 일상화되기까지 폭력이 본질적인 요소로 작용한 과정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