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한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김소월(1902-34)의 시 '거친 풀 흐트러진 모래동으로'가 처음 공개됐다. 이 작품은 한국현대문학관(이사장 전숙희)이 오는 24일부터 6월 14일까지 개최하는 「북한문학서전(北韓文學書展)」에 전시될 엄호석(1912-75)의 「김소월론」(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8)에 실려 있다. 엄호석은 북한 문단에서 이념무장에 앞장섰던 평론가로 「김소월론」에서 소월의 생가 사진과 잡지 「학생계」(1920) 창간호에 실린 미발견 자료 '거친 풀 흐트러진 모래동으로'의 전문을 소개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서울대 명예교수)씨는 "이 시는 7.5조로 된 소월의 초기작이뚜렷하다"고 말했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거친 풀 흐트러진 모래동으로 맘없이 걸어가면 놀래는 청령. 들꽃풀 보드라운 향기 맡으면, 어린적 놀던 동무새 그리운 마음. 길다란 쑥대끝을 삼각에 메워 거미줄 감아 들고 청령을 쫓던, 늘 함께 이 동 우에 이 풀숲에서, 놀던 그 동무들은 어데로 갔노! 어린적 내 놀이터 이 동마루는 지금 내 흩어진 벗생각의 나라. 먼 나라 바라보며 우두키 서서, 나 지금 청령 따라 웨 가지 않노? 한편, 이번 전시회에는 1950-60년대 북한의 시, 소설, 비평, 번역서, 잡지 등 200여권이 전시된다. 전시자료 가운데는 북한의 문단과 정치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한설야의 소설「청춘기」(1939)「황초령」(1953)을 비롯해 리기영의 「서화」(1937)를 재간한 「쥐불」(1956)의 북한판을 복간한 연변판의 실물, 문예지 「문학예술」(1948.4)과 「조선문학」(1953.10) 창간호 등이 전시된다. ☎ 2267-4857.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