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이 거센 시대다. 변화는 생존의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변화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변화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과 낙담도 크다.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클수록 너의 변화이지 나의 변화는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 인간심리다.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화 프로그램'(제임스 프로차스카 외 지음,강수정 옮김,에코리브르,1만3천원)은 변화를 두렵게 여기는 사람,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사람에게 변화의 기법과 관련된 심리적 현상이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심리학자인 저자들은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변화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착안,변화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특성과 변화를 일으키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문제를 인식하거나 변화를 위한 행동을 준비하는 초기단계와 실제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보상이나 대항,환경통제 같은 과정들이 숨어있는 실행단계로 나누어 변화의 심리단계를 분석한다. 변화는 1단계인 무관심 단계에서 심사숙고-준비-실행-유지-종료 단계로 세분화된다. 이렇게만 보면,합리적이고 분석 가능한 인간심리에 근거한 행동변화 매뉴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의 문제가 이렇게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변화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변화의 과정'에는 합리성이나 규범 또는 당위성의 문제보다는 인간의 내면적인 통제 욕구가 담겨있다. 모든 변화는 자기 통제와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가 일치하지 않기에 실패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변화와 관련된 심리갈등은 각기 다른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과정임을 설명한다. 변화란 이렇게 서로 다른 심리적 만족감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다면,자신이 추구하는 변화의 단계에서 스스로 어떤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지 이 매뉴얼을 통해 먼저 평가하라. 그리고 만일 변화에 실패했더라도 자책하거나 절망하지 말라. 그것은 자기 삶을 스스로 포기하고 싶은 또 다른 형태의 통제 욕구가 변화를 통해 얻을 불확실한 소득보다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보여준다. 황상민(연세대 교수·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