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을 만난 제갈량이 "사람의 머리로 수신(水神)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진언을 듣고 사람의 머리(頭)모양을 밀가루로 빚어 대신한 것이 만두의 시초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래선지 만두는 사람을 많이 닮았다. 나고 자라는 곳이 다르다보니 지방에 따라 만두의 모양새도 다르다. 만두피에 소를 올리고 반으로 접어 여민 후 다시 한번 양쪽끝을 감싸 동그랗게 말아 돌리는 개성만두는 앙증맞다. 넓적하고 두꺼운 피에 한 주먹 소를 넣어 행여나 속이 보일까 꽉꽉 저미는 평안도 만두는 거칠어 보이지만 깊은 맛을 낸다. 또 육수가 만두 속까지 세세히 스며들도록 만두의 한쪽 귀를 여미지 않고 터놓은,그래서 툭하면 소가 다 흘러나와 국물과 섞이고 마는 서울식 만두는 그 맛이 맹맹한 듯 하지만 조화롭다. 역사와 손맛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만두명가 몇 곳을 소개한다. 개성집(동대문구 용두동 대광고등학교 근처,02-923-6779)=전통 있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집.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오는 개성식 물만두 편수는 전통의 맛을 이어간다. 간이 심심하지만 먹는 맛은 단조롭지 않다. 재료로 넣은 호박과 숙주의 아삭거림이 좋고 한입크기라 먹기에도 좋다. 그냥 먹어도 무난하고 소금이나 간장에 찍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도 있다. 재료의 맛과 질감을 제대로 살린 수작이다. 이 집의 특색 있는 또 다른 메뉴는 오이 싱건지다. 오이소박이에 물을 부어 놓은 것이지만 담백한 만두와 어울려 상큼함을 만들어 낸다. 일부러 이 집의 오이지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왕조가 있었던 곳의 음식문화는 발달할 수밖에 없다. 세련된 맛의 문화를 창조해 낸 개성지방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이 집의 만두를 맛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다락정(삼청공원 입구 삼거리,02-725-1697)=공기 좋은 삼청공원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깔끔한 만두집.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지만,김치만두 전골과 토장만두 전골이 인기. 가족들이 직접 빚는 만두가 일품이다. 두부,김치,숙주 등의 소를 넣어 자그마하게 빚어내는 평양식 만두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다. 이 집엔 특색 있는 메뉴가 있다. 조개,만두,미더덕,파,호박,팽이버섯 등의 재료를 넣고 직접 담근 된장을 풀어 끓이는 토장 만두 전골. 구수한 된장과 해산물이 엮어 내는 시원한 육수와 쫄깃거리는 만두는 완벽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모든 재료들이 달게 느껴질 정도로 싱싱하고 씹는 맛이 건실하다. 좀 더 얼큰한 맛을 원한다면 김치 만두전골을 먹어볼만 하다. 잘 담근 김치와 돼지고기로 국물을 만들어 걸쭉한 맛을 내는 김치 만두 전골은 얼큰하고 맵다. 쌀쌀해진 날씨와 잘 어울리는 맛이다. 특이하게 밥그릇이며 숟가락,젓가락은 손질하기 까다로운 놋을 고집한다. 이런 정성으로 손님을 맞다보니 서비스도 만족스럽다. 대동강(동호대교 남단 현대 오일뱅크 골목,02-548-6917)=속이 비칠 정도로 뽀얀 만두피 속에 들어 있는 재료들이 근사한 맛을 낸다.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초등학생 주먹만한 크기의 평양만두는 흔히들 건진만두라고 표현하는 국물 없는 모양새다. 사골이 잘 우러나 희뿌연 색깔을 띄는 만두국의 육수는 담백하기 그지없다. 커다란 만두 4개가 오르는데 속이 꽉 찬 만두와 진한 국물을 먹다보면 어느새 배가 든든해진다. 만두국을 맛있게 먹으려면 먼저 세 개의 만두를 간장이나 초장에 번갈아 찍어먹고,마지막 남은 만두의 속을 터뜨려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게 좋다. 무채며 오이 무침 등이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만두의 맛에 좋은 입가심이 된다. 솜씨 좋은 집에서 잘 만든 만두,바로 그 맛이다. 김유진 < 맛 칼럼니스트.MBC PDshowboo@dreamw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