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비밀스런 로맨스가 아닙니다." 현직 고위공무원이 공직사회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비판하는 책을 펴내 화제다. 최낙정 해양수산부 기획관리실장(1급·50)은 지난해 9월 현직에 취임하면서 최근까지 해양부 홈페이지(www.momaf.go.kr)에 올린 84편의 글을 모아 '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의 단행본을 발간했다. '말좀하고 삽시다''폭탄주를 폭파하자'등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최 실장은 "관료제라는 조직속에서 모든 것을 계량화하기 어렵고 실질적인 오너도 없다 보니 '윗사람에게는 무슨 말이든지 하면 손해'라는 생각에 그냥 윗사람의 지시나 선례를 답습하는 게 현실"이라며 공직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공무원이 자신의 일에 전문성을 갖지 못하는 것은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직업관료제 속에서 서로간의 경쟁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프로 공무원 탄생을 가로막는 정부 부처내 풍토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조직내부의 재량권은 아주 적은 대신 과도한 외부 통제 때문에 몰개성적이고,책임회피적인 공직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위직이 먼저 숨지 말고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설쳐야' 한다"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언론에 당당하자'라는 칼럼에서는 "견해나 인식의 차이로 다소 비판적이더라도 이를 용기 있게 수용하고 잘못된 기사에는 공개적으로 언론에 당당하게 대처하자"며 비판기사에 과민한 공직자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또 "고위직 공무원은 일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 문제"라며 "아이디어 하나로 많은 돈을 벌며 국민을 편하게 해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소한 일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너무 튀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충고에 글 쓰는 일을 중단하려고도 했지만 현직에 있으면서 동료들과 아픔을 함께 하고 개선책을 모색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