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25)에게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작지만 검은 눈동자는 온세상을 빨아들일 것 처럼 깊고 강렬하다.

영화 "퇴마록"에서 보여준 "악녀"의 모습은 섬뜩한 공포감 마저 불러
일으킨다.

그러면서도 얼굴엔 청순한 소녀티가 넘친다.

그의 이미지는 이처럼 이중적이다.

그는 연극배우 고 추송웅씨의 외동딸이다.

어머니 역시 배우였던 그가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 길로 접어들기가 그리 쉽진 않았다.

"어릴때 아버지가 커서 뭐할거냐고 물으시면 연극배우라고 스스럼없이
대답하곤 했죠.

그렇지만 중1때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후론 연기를 하겠다는 말이
무척 조심스러워졌어요"

결국 가고 싶었던 연극영화과를 포기했다.

그래도 피는 속일수 없는 법.

홍익대에서 불문학을 공부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미련은 그를 끊임없이
무대로 이끌었다.

"서너살때부터 아버지를 쫓아다녔어요.

지방공연땐 수업 빼먹고 따라간 적도 있었죠.

아버지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 공연때는 객석에 제 전용좌석이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수백번은 봤을걸요"

결국 대학 4학년이던 94년 연극 "로리타"로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96년엔 "바람분다 문 열어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도 탔다.

그리고 TV와 영화로도 발을 넓혔다.

영화 "접속" "퇴마록", KBS2 "거짓말"과 현재 방송중인 MBC "맨발로
뛰어라"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다.

"TV와 영화는 연극과 달리 세밀한 부분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수 있어
좋아요.

카메라가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죠"

그는 주업이 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영화배우라고 대답한다.

"퇴마록"촬영때는 물이 가득 들어찬 욕조에 누워 눈을 뜬 채 1분여동안 물을
먹어가며 연기해야하는 고생도 기꺼이 감수했다.

현재 배창호 감독이 쓴 "슬픈 나의 발렌타인" 등 4편의 시나리오를 받아놓은
상태.

이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출연할 생각이다.

그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기타연주와 노래실력이 수준급이다.

"퇴마록"주제곡 "꼭 다시 만나기로 해"도 그의 목소리다.

"지하소극장의 곰팡내가 좋다"는 추상미.

그에겐 퀴퀴한 곰팡내를 향긋한 향기로 바꾸는 마력이 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