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말하자는 것입니까.

북한에 기쁨조가 있다는 걸 누가 모릅니까.

지금 나라가 어떤 꼴인데 술집에서나 볼수 있는 장면들을 공영방송에서
내보내도 되는 겁니까"

KBS2TV 미니시리즈 "진달래꽃 필 때까지"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전화했다는 한 중소기업 사장.

그의 항의가 아니더라도 이 드라마는 "정말 왜 만들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테러위협, 원작자의 방송금지 가처분신청 등으로 홍보 아닌 홍보가
됐던 이 드라마는 "기존 반공드라마의 틀을 깨고 북한실상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던 애초의 기획의도와 영 빗나가고 있다.

카바레같은 무대에서 어깨와 허벅지를 드러내고 춤추는 기쁨조, 만수대
예술단원들의 신체검사, 노골적인 겁탈장면 등은 아무리 "사실"이라고
생각해도 지나치게 선정적이다.

유난히 엉덩이와 다리를 클로즈업해 잡는 카메라는 뭘 보여주겠다는 건지.

"저게 3류 에로물이지 TV드라마냐"(12일자 방송분)라는 비난이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귀순자들 또한 북한사람을 희화화하고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하는
형편이다.

화려한 무대세트, 출연자수 등을 감안하면 제작비도 만만찮을 텐데
요즘같은 때에 시청료를 징수하는 KBS가 이런 드라마를 방영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