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 매장이 전국 어느 곳 어느 백화점 몇층에 있는지 다 압니다.

매장 순례는 일인 동시에 취미가 돼버렸구요.

외식 음반 등 다양한 업체를 운영중이지만 가장 흥미있는 분야는
패션입니다"

캐주얼의류 "게스" "폴로" (일경물산), 아동복 "미키클럽" (일경통산),
음반매장 "타워레코드" (일경개발), 햄버거체인 "버거킹" (일경식품) 등
도시 젊은층이 좋아하는 물건을 한데 모은 업체 일경.

김형일(39) 사장은 "고객이 받아들이는 것은 세련되고 즐거운 라이프
스타일이지만 그것을 포장해내는 데는 철저한 감각훈련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일경의 전신은 봉제수출회사 (주)태흥.

80년대후반 인건비 상승 원화절상 등으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내수로
전환하면서 일경물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89년 국내에 조금씩 알려져있던 미국산 진 "게스"를 라이선스로 생산한
것이 국내사업의 시작.

"게스"는 패션진의 대명사.

91년 내놓은 "폴로"는 트래디셔널 캐주얼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아
순조롭게 출발했다.

96년 내놓은 국내 고유브랜드 "제드" 또한 매장을 처음 두곳에서
19곳으로 늘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밖에 내의매장 "바디 스튜디오", 신발매장 "스타디움"도 운영중이다.

김사장이 말하는 의류업체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소비자 감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라이선스 브랜드에서도 이 점은 마찬가지.

"게스"의 경우 초기 5년간은 명실공히 1위 자리를 지켰었는데 96년에
자리를 내줬다.

우리 정서에는 미국진이 너무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요인이라는
결론을 얻은 "게스"팀은 도입 디자인에서 게스 유럽지사쪽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일경의 사업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올 1월 높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인수했던 일경통산 (옛 (주)유림)의
"메르꼴레디" 사업을 포기했다.

신용판매로 인해 판매망이 방만하고 이미지도 좋지않아 더이상 계속하기
어려웠던 것.

그러나 여성복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여전해서 빠르면 1~2년 안에 새
브랜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일경의 당면 목표는 패션사업에 맞도록 체제를 정비하는 일.

선두자리를 지키려면 성공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96년 일경가족의 총 매출은 약 2천억원.

< 김병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