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 특히 남성정장에도 유행이 있는가.

정답은 "있다"이다.

형태의 변화가 크지 않다고 해도 분명히 재작년과 작년의 옷이 다르고
작년과 올해의 옷이 다르다.

설날을 기점으로 2월초.중순께 일제히 쏟아져 나올 95년 봄양복의
가장 큰 특징은 색상이 눈에 띄게 밝다는 점.94/95추동복의 색이
비교적 짙은색 일색이었던데 반해 춘하복은 전체적으로 맑고 밝은
색이 주류를 형성한다.

또 한동안 유행했던 멜란지류의 복합적인 색이 물러간 대신 남성정장
고유의 깨끗한 단색이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행색은 높은 채도의 회색과 파란색.여기에 초록색과
피부색에 가까운 분홍색,엷은갈색 계열이 추가된다.

어떤색이냐에 관계없이 피부색에 잘 어울리는 톤,이른바 튀지 않는
색이 유행색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소재 역시 색상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느낌을 주는 것이 대종을
이룬다.

93/94추동시즌부터 2년간 유행했던 거친 표면감의 소재가 줄어든
반면 매끈하고 상큼한 분위기의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실용성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함께 살리기 위해 특성이 각기 다른
천연소재를 섞어 만든 종류가 많은 것도 주목되는 사항.즉 쿨울과
리넨,울과 실크,리넨과 코튼,울과 코튼을 섞은 것이 그것이다.

패턴은 무지에 가까운 것이 큰 줄기.패턴이 있는 경우도 작아서
거의 보이지 않는 쪽이 우세하다.

스타일면에서는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난 세단추양복이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인다.

현재 세단추양복의 시장점유율은 30%정도인데 올봄에는 이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여성복에서와 마찬가지로 남성복에서도 40~50년대스타일의 복고풍이
유행할 전망.지난 한해 다소 주춤한 듯하던 더블과 어깨선이 다소
처지는 듯한 이태리스타일이 다시 강세를 보인다.

90년대에 들어 내내 유행하던 통짜스타일이 줄어들고 대신 뒤쪽중앙에
트임을 두는 스타일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도 관심을 끈다.

< 조정 향 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