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들이여 대학로로 나오라" 여성 연극인 한 사람이 연극이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중년남성들을 대학로로 불러내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이른바 "남성연극"을 표방하며 대학로 예술극장한마당에서 한창 공연중인
"숙부는 늑대"(원작 최일남)의 연출가 방은미씨(35)가 화제의 주인공.

연극판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30~40대 직장인을 향한 그의 애정은
사뭇 따뜻하다.

"직장인들을 겨냥한 연극은 흥해에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다들 거들떠
보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들을 술,드링크제,스포츠에만 맡겨 놔서야
되겠어요. 문화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줄 아는 건강한 남성이 있을 때
건강한 사회가 가능하다고 봐요."

방씨의 첫 성인무대 연출작이기도 한 "숙부는 늑대"는 경쟁 사회속에서
쪼그라들어가는 한 직장인과 그의 가슴속에 늘 푸르게 살아있는 숙부의
삶의비교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실한 남성상을 제시하려는 작품.

숙부는 일제시대와 격동의 해방공간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외로운 늑대"처럼 살다간 인물이다.

방씨가 연극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숭의여중 재학시절부터. 방씨의
끼를 알아본 국어교사의 천거로 우연한 기회에 숭의여고 연극반에 합류
하면서 그녀의 무대인생은 시작됐다.

당시 "이게 바로 내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을 갖었다는 방씨는 이후
중앙대 연영과, 삼일로 창고극장, 극단 목화, 국립극단으로 이어지는
연극인의 길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대머리 여가수" "격정만리"등에서 주역을 맡으며 주로 배우로서 활동해
온 그는 지난해 "마법의 시간여행"으로 서울 어린이 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하며 연출가로서 자질도 인정받았었다.

연극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겠다는 각서를 쓴 시인이자 증권회사
직원우영창씨와의 사이에 예쁜 딸 하나를 두고 있는 방씨는 "좋은 연극
만들기에 참여하는 일이라면 청소부나 매표원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