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와 비슷한 사이트들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정부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접속을 차단하면 도메인을 변경해 텔레그램으로 새 주소를 전파하고 있어서다.
'누누티비 모방범' 활개…OTT업체들 비명

차단해도 주소 바꿔 운영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누누티비를 표방한 ‘누누티비 시즌2’, ‘티비위키’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개설됐다. 영화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등 국내외 유료 콘텐츠를 불법 스트리밍하고, 홈페이지에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를 노출하면서 이익을 얻는다는 점이 누누티비와 동일하다.

누누티비 시즌2엔 TV 드라마 ‘닥터 차정숙’,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 전편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만 볼 수 있는 ‘사냥개들’(넷플릭스), ‘행복배틀’(티빙)도 업로드됐다. 티비위키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을 스트리밍 중이다. 콘텐츠 공개 또는 방영 후 이르면 두세 시간, 늦어도 24시간이면 불법 사이트에 영상이 올라온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가 인터넷주소를 차단해도 소용이 없다. 이런 사이트들은 ‘접속 차단에 관한 대피소 링크’를 안내한다. 이곳을 클릭하면 기존 사이트 주소가 막혔을 때 우회 접속할 수 있는 방법과 경로 등을 알려준다. OTT업계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저작권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누누티비의 불법 스트리밍으로 인한 저작권 피해 규모는 4조9000억원이 넘는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존재 여부는 OTT 가입 및 이용자 증감과 직결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네 곳의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410만4270명이다. 지난 4월 누누티비 폐쇄 직전(3월)에 비해 101만8655명 급증했다.

업계는 특히 누누티비 시즌2가 기존 누누티비의 모방 사이트라는 점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누누티비 시즌2 운영진은 “시즌2는 에티오피아에 설립한 무료 OTT 서비스로 기존 누누티비와는 관계가 없다”고 공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스트리밍을 해도 해외에 서버가 있으면 추적하거나 처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사 사이트가 횡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칼 빼든 정부…실효성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누누티비 시즌2에 대해 기존보다 더욱 강화된 접속 차단을 시행하기 위한 대응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한 대응 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국내 OTT업계,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의 협력 체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는 불법 사이트 탐지·대응 매뉴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기술이 도입되면 새로 생긴 불법 사이트를 실시간 탐지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선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날도 누누티비 시즌2, 티비위키 등은 계속 운영됐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