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주52시간 경직된 규제에 비명…노동법 '외줄' 타는 스타트업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A씨는 채팅으로 고객들과 상담하는 업무를 한국인 프리랜서에게 맡겼다. 한 시간에 1~2건, 채팅마다 1~15분 정도 소요되는 일이었다. A씨는 한 시간에 4000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8명을 채용했다.

프리랜서들은 계약이 종료된 뒤 고용노동부에 “프리랜서가 아니라 근로자였다”고 주장하며 A씨를 신고했다.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최저시급 제도에 따라 급여를 올려받을 수 있고, 실업수당도 수령할 수 있다는 프리랜서들의 노림수였다. A씨는 고용부 특별사법경찰관의 조사를 받기 위해 한국에 여러 차례 들어와야 했다. 최저시급을 준수하지 않은 데다 야간과 휴일수당도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부당 해고와 임금 체불,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방노동위원회까지 간 그는 요구받은 금액의 3분의 1 선에서 합의금을 주고 일을 마무리 지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일반적인 플랫폼 고용보다 더욱 모호한 경우’라며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A씨는 “형사처벌이 거론되는 데 부담을 느끼고 합의금을 주는 스타트업 대표가 많다”고 토로했다.

까다로운 노동 규제에 발목을 잡힌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관련 업계에선 대규모 고용, 장기 고용을 전제로 짜인 노동법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업과 성장, 사업모델 변경, 폐업 등이 빠르게 이뤄지는 스타트업에 기존 노동법을 적용하면 A씨와 같은 사례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심층 면접 보고서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면접에 참여한 모든 스타트업이 주 52시간제와 탄력근로제 등 현행 근로기준법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정진수 노무법인 노엘 대표노무사는 “스타트업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사실상 동등한 위치인 경우가 많다”며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유예하는 것처럼 신생 스타트업을 겨냥한 노동 규제도 현실에 맞게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은/고은이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