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진형 엠아이텍 대표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 소화기내과 학회(UEG Week 2022)'에서 만났다. / 빈=이도희 기자
10일 박진형 엠아이텍 대표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 소화기내과 학회(UEG Week 2022)'에서 만났다. / 빈=이도희 기자
엠아이텍은 지난해 기준 국내 비혈관 스텐트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세계 3대 비혈관 스텐트 시장인 일본에서의 점유율도 34%로 가장 높다. 엠아이텍의 일본 협력사는 혈관 및 비혈관 스텐트 세계 매출 1위 기업 미국 보스톤사이언티픽이다.

보스톤은 지난 6월 엠아이텍의 모회사인 시너지이노베이션과 주식양도계약(SPA)을 맺었다. 시너지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엠아이텍 지분(약 64%) 전량을 보스톤에 매각한다는 내용이다. 최대주주가 보스톤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오는 12월15일 모든 거래 절차가 종료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 의사는 보스톤 측에서 먼저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아이텍이 가진 제품을 확보해 글로벌 비혈관 스텐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소화기내과학회(UEG Week 2022)’의 엠아이텍 부스에서 10일(현지시간) 박진형 대표를 만났다. 그에게 보스톤 인수 이후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박 대표는 “이후에도 양사가 계속 별개의 브랜드를 유지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한다”며 “서로의 주력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 구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Q.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서 인수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아무래도 기존에 거래 관계에 있는 공급업자(딜러)들의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엠아이텍의 제품 대부분이 보스톤과 영역이 다른 만큼 이번 인수를 ‘누가 누구를 흡수한다’기 보다는 제품군이 확대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딜러들도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서로의 단점을 메울 수 있겠다며 기대하는 분들도 있었다.”

Q. 대표님이 전망하시는 인수 후는.
“최근 세계적으로 의료기기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물론 생명을 좌우하는 특성상 당연한 일이지만 작은 회사 입장에서는 규제 충족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인수로 이러한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보스톤은 글로벌 기업답게 관련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이러한 여건(인프라)을 적극 활용하면 엠아이텍 서비스의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원재료 확보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최근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재료값이 급등하고 있다. 보스톤은 원재료 확보 능력이 엠아이텍보다 훨씬 뛰어나다. 자체 개발 소재도 많다. 보스톤의 좋은 원재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단가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보스톤이 가질 이점은 무엇인가.
“시장 점유율 확대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 본다. 국내만 해도 보스톤이 제품 허가는 받았지만 시장에 침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의사들이 엠아이텍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제품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비혈관 스텐트의 아시아 점유율도 엠아이텍이 보스톤보다 높다. 이는 보스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시아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여기에 엠아이텍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엠아이텍이 가진 의사 네트워크도 공유할 수 있다.”

Q. UEGW가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참가 소감도 궁금하다.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규모를 회복하진 못했지만, 의욕 넘치는 의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신제품인 ‘제우스 아이티’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제우스 아이티는 췌장액 배액 스텐트다. 스텐트를 넣어 초음파내시경(EUS)을 통해 췌장 가성낭종 및 담낭의 위치를 확인해 이를 전기로 지진 뒤, 흘러내리는 췌장액을 밖으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세계 EUS 시장은 사실상 보스톤이 99% 독점하며 차세대 제품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제우스 아이티가 사용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기존 제품들은 내시경과 스텐트를 각각 다른 사람이 조작해야 했다. 제우스 아이티는 이를 의사가 한손으로도 작업할 수 있게 개선했다. 보스톤 관계자들도 관심을 갖고 부스를 찾았다. 의사들의 수요(니즈)는 다양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Q. 매년 UEGW에 참가해왔다. 이유는 무엇인가.
“엠아이텍은 과거 ‘어느정도 토대를 갖춘 회사’에서 이제는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는 과정에 있다. 이제는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UEGW는 전문 의료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라 고객인 의사들이 많이 찾는다. 의사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가 좋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엠아이텍은 제품을 의사와 같이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발표한 ‘제우스 아이티’ 역시 일본 타카오 이토이 동경의과대 교수와 함께 개발했다. UEGW에 많은 의사들이 참석하는 만큼 매년 이러한 기대를 하고 있다.”

Q. 부스 참가 기업 중 드물게 자체 세미나를 열고 의사들의 처방 사례를 발표했다.
“발표자 및 사회자로 10여명의 의사를 초청했다. 엠아이텍이 현재까지 온 데는 국내 의사들의 역할이 컸다. 의사들과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의사 및 환자들의 수요가 큰 제품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의사들과의 유대관계도 계속 단단하게 가져갈 수 있다. 의사들 역시 ‘맞춤형’ 제품이 가능하다는 점이 엠아이텍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회사가 이번 학회 및 세미나에 많은 의사를 초청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Q. 올해 UEGW 참가 의료기기 기업들의 제품 동향은 어떤가.
“코로나19 직전에는 의료기기 삽입에 따른 감염이 화두였다. 올해는 경제적인 면이 많이 거론되는 것 같다. 세계가 고령화되면서 각국 정부의 의료보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의 요구에 기민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저렴한 제조 비용으로도 효과가 좋은 의료기기가 더 필요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의 기술력도 계속 높아져야 한다.”

Q. 출시를 앞둔 제품 중 특별히 기대하시는 게 있다면.
“몸에서 녹는 생분해성 스텐트를 개발 중이다. 최근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비혈관 스텐트의 사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비혈관 스텐트는 소화기관이 극도로 좁아진 말기암 환자의 음식물 섭취를 돕는 데 한해 사용됐다. 최근에는 양성종양이나 단순 식도 수술 등의 환자에게도 스텐트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서 스텐트 제거의 편의성이 이슈가 되고 있다. 말기암 환자는 스텐트 잔존기간보다 생존기간이 더 짧아 제거 필요성이 없었다. 지난해 ‘소재부품기술 개발사업’ 정부과제에 선정되며 생분해성 스텐트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개발 성공을 기대 중이다.”

Q. 회사의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엠아이텍의 비혈관 스텐트 분야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보스톤도 이 점을 좋게 봤을 것이다. 전에는 선발업체를 따라가기만 했다면 지금은 먼저 의사들을 통해 현장의 수요를 파악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점이 향후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비혈관 스텐트 분야에서 시장의 요구를 가장 먼저 읽고 대응하는 회사가 되는 게 장기 목표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매년 UEGW를 오면 신약 개발사들에 비해 의료기기 기업의 참여도가 저조하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최근 의료기기에도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IT 강국인 한국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본다. 국내 기업이 함께 발전 및 협업하며 동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한다.”

빈=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