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외국인 개발자 채용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농·축산물 무역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인 트릿지에서 외국인 개발자들이 일하고 있다.	 트릿지 제공
개발자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외국인 개발자 채용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농·축산물 무역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인 트릿지에서 외국인 개발자들이 일하고 있다. 트릿지 제공
여행 스타트업 A사는 1년 동안 개발자를 구하다가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려 해외 인력관리 업체를 통하자 1주일 만에 10년 차 베트남 개발자를 찾았다. 연봉은 6000만원. A사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출신 베테랑도 비슷한 연봉으로 뽑았다”며 “국내에서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뽑으려 했다면 1억원으로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설립 20년 차가 넘은 보안업체 B사는 최근 해외 개발자 5명을 뽑았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에서 풀스택(단독 웹 개발이 가능한 직무) 업무를 맡았던 11년 차 인도인 개발자와 5년 차 백엔드 개발자인 베트남인을 현지 근무자로 채용했다. 이들은 각각 6000만원대 초반과 3000만원대 중반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동남아 근로자들, IT 기업도 파고든다
개발자 몸값이 치솟으며 스타트업과 테크기업의 해외 개발자 채용이 급증하고 있다. 주로 인도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지역 프로그래머를 계약직으로 뽑는 사례가 많다. 현지에 근무시키면서 화상 회의 등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거나 업무 능력이 검증된 베테랑들은 직접 국내 본사에 채용하기도 한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내 236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14곳(48%)이 외국인을 채용했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78개 기업이 현지에서 일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또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78%(185개 기업)가 “앞으로 외국인을 채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경제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외국인 개발자 고용 인력이 단순 코딩 업무까지 포함해 수천 명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과 농어촌의 저숙련도 업무를 대체하던 동남아 근로자들이 이제는 정보기술(IT) 분야까지 빠르게 파고드는 양상이다.
韓 개발자 연봉 1억 vs 인도 3000만원…해외 인재 모시는 스타트업
스타트업 78% “외국인 쓸 것”
동남아·인도 개발자 채용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무난한 업무 능력 때문이다. 이날 글로벌 채용 대행업체 딜닷컴과 국내 리서치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한국의 5년 차 미만 개발자 평균 연봉은 5200만원 안팎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단순 코딩 업무자들이 평균을 낮춘 영향이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나 빅테크 기업은 개발자 초봉이 6000만원을 웃돈다. 5~10년 차 경력직은 1억원 안팎에 달한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말 개발자 초봉을 6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여기어때는 시니어 개발자에게 1억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직방은 신입사원 초봉을 8000만원으로 내걸고 경력직엔 최고 1억원의 이직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반면 동남아와 인도 지역 개발자들의 몸값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도의 5년 차 미만 개발자 평균 연봉은 3282만원, 말레이시아는 2677만원으로 집계됐다. 10년 차 안팎의 시니어 개발자도 6500만~8200만원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다.

개발자 채용 플랫폼인 슈퍼코더의 윤창민 대표는 “남미·아프리카 등에서 인력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업무 시간대와 기업 문화가 비슷한 동남아 개발자를 더 선호한다”며 “학력과 개발 경험 등 스펙이나 업무 능력이 국내 개발자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구직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 개발자 채용을 대행해주는 업체는 덩달아 호황을 맞고 있다. 슈퍼코더는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한국 등에서 일하고 싶다”고 등록한 동남아 개발자 수가 6000명을 넘어섰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업 모델이 주목받는 추세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튜링닷컴은 지난해 말 시리즈D 투자 유치에서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 대열에 올랐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