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産)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5억 회분(도스) 생산을 위해 뭉쳤던 한국코러스컨소시엄이 와해되는 모양새다. 직접적인 원인은 러시아 측이 당초 요청한 1차 접종분보다 수익성이 낮은 2차 접종분으로 생산제품 변경을 요청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스푸트니크V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자 컨소시엄 참여사들이 ‘발 빼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컨소시엄이 스푸트니크V 생산단가와 생산물량을 확정하지 않아 수요가 급감하면 컨소시엄 생산물량과 수익성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여서다.
바이넥스 이어 종근당도 탈퇴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해 지난해 코러스컨소시엄에 합류했던 종근당바이오가 최근 탈퇴했다. 종근당바이오는 컨소시엄에서 코로나19 백신 원액을 주사병(바이알)에 넣는 완제(DP) 공정을 맡기로 했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 진출한 보툴리눔톡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공정인 백신 원액제조(DS)를 담당하기로 한 제테마는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뒤 러시아 정부 측과 직접 위탁생산 계약을 맺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테마는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위해 약 80억원을 투자했다. 제테마와 함께 백신 원액 제조를 맡기로 한 이수앱지스는 이미 러시아 정부와 개별 접촉을 시작했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컨소시엄 참여와 독자 생산 등 ‘투 트랙’으로 백신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코러스 컨소시엄에서 발을 뺀 건 종근당바이오와 제테마가 처음이 아니다. 바이넥스는 “중국산 설비(배양기)를 사용하라”는 러시아 측 요구에 반발해 작년 말 회원 자격을 반납했다. 잇따른 탈퇴로 당초 7개였던 컨소시엄 멤버는 한국코러스(DS·DP)와 보령바이오파마(DP) 큐라티스(DP) 등 세 곳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코러스는 주요 공정을 맡을 멤버가 남아 있는 만큼 일부 회사가 나가더라도 백신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계약변경 요구가 원인
컨소시엄에 이상 기류가 생기기 시작한 건 작년 11월이다. 스푸트니크V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용 승인이 계속 늦춰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생산 관련 주문을 변경한 탓이었다. 스푸트니크V는 화이자 백신처럼 두 번 맞아야 하는데, 당초 컨소시엄이 생산하기로 구두 계약한 물량은 1차 접종분 5억 도스였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즈음 말을 바꿔 2차 접종분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V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인간의 감기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제조하는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이다. 문제는 1차분(아데노바이러스 26형)과 2차분(5형) 성분이 다르다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차 접종 백신은 1차보다 생산 난도가 높아 수율이 낮다”고 했다. 제테마는 컨소시엄을 주도한 한국코러스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5억 도스 위탁생산은 정식 계약이 아니라 구두 협의였던 만큼 향후 구체적인 계약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회원사에 알렸다”고 했다.
CMO(위탁생산)업계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에 대한 WHO의 승인이 계속 늦춰지는 와중에 세계인을 상대로 효능을 검증받은 화이자·모더나 백신 물량은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요구사항을 바꾼 게 컨소시엄 멤버들의 이탈을 부르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GS가 국내 지주회사 중 최초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지주사 밑에 금융업 회사를 둘 수 있도록 법이 풀린 지 10일 만이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허태수 회장의 ‘뉴 투 빅(새로운 것을 크게 만들자)’ 전략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GS는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CVC 전문회사 ‘GS벤처스’ 설립을 위한 발기인 총회를 열고 허준녕 부사장(사진)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9일 발표했다. GS벤처스는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가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로 설립됐다. 허 대표는 미래에셋 글로벌투자부문과 UBS 뉴욕 본사 등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담당한 투자 전문가다.GS벤처스는 바이오·기후변화대응·자원순환·유통·신에너지 등 5개 분야 국내 스타트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설립 초기의 자금유치 단계 스타트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펀드 결성 후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까지는 금융위원회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설립 신고를 한 뒤 허가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GS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는 허가를 취득해 첫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에너지·발전과 유통을 주력으로 하던 GS는 2020년 허 회장이 그룹 지휘봉을 잡으면서 신사업 발굴을 위한 변화에 나섰다. 허 회장은 평소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해왔다.국내 지주회사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따라 그간 금융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밑에 둘 수 없었지만 지난해 말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벤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사 설립이 가능해졌다. 해외에서는 대기업들이 CVC를 통해 벤처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일반 지주회사도 CVC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세계 CVC 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33% 급증했다”며 “국내에서도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서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SK그룹이 유럽에 이어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도 진출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미국 시장에 모두 뛰어든 것이다. SK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고 관련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SK그룹 지주사이자 투자전문 계열사 SK㈜는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업체인 CBM(사진)에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했다고 9일 밝혔다. SK㈜는 이에 따라 CBM 창업자인 브라이언 오닐 이사회 의장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SK㈜는 이번에 확보한 CBM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CBM은 플라스미드DNA(pDNA) 생산과 세포주 생산, 세포 처리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pDNA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치료제를 생산할 때 반드시 들어가는 원료다.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다.SK㈜는 작년 3월 프랑스업체 이포스케시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SK㈜는 당시 이포스케시 지분 70%를 인수하며 단숨에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3개월 뒤에는 이포스케시에 5800만유로(약 800억원)를 투입해 생산설비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내년에 증설작업이 완료되면 이포스케시는 ‘유럽 최대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기업’이란 타이틀을 갖게 된다.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은 “2025년까지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거점에 합성 및 바이오 의약품 사업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바이오 CDMO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워 글로벌 1위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사 샤페론이 기업공개(IPO) 작업에 들어갔다.7일 거래소에 따르면 샤페론은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예정 주식 수는 2223만1781주로, 이 중 274만7000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샤페론은 2008년 성승용 서울대 의대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벤처다. 인플라마좀으로 불리는 염증조절복합체 활동을 억제해 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인플라마좀은 체내로 들어온 병원체를 인식한 뒤 면역세포가 해당 병원체를 공격하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염증은 병원체를 죽이기 위한 면역 반응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발생한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신약 후보물질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인 ‘누겔’이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신청계획(IND)을 승인받고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코로나19 치료제 ‘누세핀’도 개발하고 있다. 유럽에서 임상 2상에 들어갔다. 누세핀은 원래 패혈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물질이었으나 코로나19 치료제로 방향을 바꿨다. 이 물질은 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에서 염증 유발에 관여하는 신호를 차단해 염증 억제 효과를 낸다. 샤페론은 누세핀의 임상 2상을 완료한 뒤 조건부 판매허가를 신청하고 임상 3상을 병행하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도 올해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이 회사는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술성 평가에서 전문 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모두 A등급을 획득했다.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성 대표로, 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