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와 포도주 성분 합쳤더니?’…새로운 치매 치료 후보 등장
알츠하이머 치매는 여전히 현대의학의 ‘미개척지’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에 사용되는 도나네맙 간테네루맙 등의 약물은 증상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이 인지 개선이 가능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효능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전히 ‘승자’가 없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애브비 로슈 일라이릴리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후보를 제안했다. 과학계에 따르면 7일 오사카대 연구진이 기존에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리팜피신과 레스베라트롤을 함께 코로 투여하면 알츠하이머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 인 뉴로사이언스’에 실렸다.

리팜피신은 항생제로 사용되는 약물로, 주로 결핵균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레스베라트롤은 라스베리 크렌베리 등 베리류 과일과 포도주에 많이 들어있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대표적인 신경퇴행성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쥐 모델을 이용해 리팜피신과 레스베라트롤의 효과를 확인했다. 주 5일씩 총 4주간 복합제를 비강 스프레이로 투여한 결과 쥐의 인지 기능이 크게 개선됐다. 또 치매 환자에서 나타나는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의 축적 현상이 줄었다. 반면 리팜피신을 단독으로 투여한 경우에는 인지 개선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연구진이 비강 스프레이 방식을 선택한 것은 약물을 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레스베라트롤은 주사제나 경구제로 투여할 경우 장과 간에서 대부분 구조가 변해 효능이 떨어진다.

연구를 주도한 우메다 토모히로 오사카대 교수는 “비강 투여는 뇌에 더 많은 약물을 전달해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에 잘 녹는 리팜피신의 특성도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데 한몫을 했다. 뇌혈관장벽(BBB)은 뇌에 있는 촘촘한 장벽으로, 호르몬 혹은 크기가 작고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을 띠는 물질만 통과할 수 있다. 많은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이 이 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임상 시험에서 실패했다. 리팜피신은 지용성이 큰 물질로 BBB 통과가 가능하다. 지용성이 큰 리팜피신의 경우, BBB 통과가 가능해 뇌수막염 치료에 사용되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최근 알츠하이머가 염증 반응의 일종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약물의 특성만 고려하면 약물 개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메다 교수는 “기존에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을 다른 질환에 적용하는 약물재창출의 사례이기 때문에, 빠르게 임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메다 교수팀은 '메디라보 RFP'라는 바이오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지난해 11월 미국 매사추세츠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리팜피신과 레스베라트롤 복합제의 글로벌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