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클라우드PC’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클라우드PC는 입력 장치와 디스플레이 등 최소 기능만 갖춘 간편 단말기로 가상 공간인 클라우드를 마치 완전한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2~3년 전부터 주목받아 왔지만 국내에는 도입과 활용이 본격화하지 않았다.
[단독] 한컴-아마존 '클라우드PC' 연합군 뜬다
3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그룹)은 그룹운영실·해외사업 총괄을 주축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DaaS(Desktop as a Service) 기반의 클라우드PC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가 ‘연합군’을 꾸린 첫 사례가 된다.

AWS와 한컴은 2018년 AWS의 파일관리 서비스 ‘워크독스’에 오피스SW를 적용한 이후 긴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양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PC 시장은 새롭게 떠오르는 ‘블루오션’이다. 운영체제(OS)와 응용프로그램, 저장 공간 등 컴퓨터 기능의 대부분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겨버린다는 개념이어서, 솔루션과 저장공간이 중심인 일반 클라우드 서비스와는 다르다. 최소한의 장치만 있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클라우드에 연결해 내 사무실 데스크톱PC처럼 쓰는 게 가능하다. 반면 비용은 PC 네트워크 구축 금액의 30~40% 수준이라는 게 강점이다.

국내 시장은 주도 업체가 뚜렷하지 않은 초기 단계다. 코로나19가 시장 형성의 방아쇠가 됐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부터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클라우드PC의 고객사 확보에 나선 상태다. 지난 1월 기업은행과 서비스 계약을 맺고, 지난달에는 자사에 3000대 규모의 클라우드PC 도입을 완료했다. 이 밖에 KT, LG유플러스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서비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한컴그룹과 AWS의 동맹이 가져올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가 준비하는 클라우드PC 사업은 DaaS라고 불리는 일종의 구독형 서비스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데스크톱 가상화(VDI) 형태보다 대상 고객군 범위가 넓다.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이 시작됐을 때 CSP(Cloud Service Provider)와 SW 전문 회사가 만들어낼 시너지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시장 진출은 PC 제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러 장치와 부품, 솔루션이 모두 들어간 기존 PC 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기존 PC 생산 업체들도 데스크톱 가상화에 선제적으로 대비에 나선 적이 있다. 2011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뛰어들었던 ‘신클라이언트(필수 장치만 탑재한 PC)’ 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통신 기술의 한계에 부딪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업체들이 하나둘 다시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올 들어 클라우드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덕분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네트워크 속도만 받쳐주면 DaaS 도입에서 현재 디바이스 개념은 의미를 잃는다”며 “클라우드의 성장으로 기업용 서버를 팔아오던 델과 HP가 타격받은 것에 비춰봤을 때 PC 제조사들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PC 시장은 2025년 255억달러(약 29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