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도전했다
(8) 그물 넓게 펴야 고기 잡는다

카메라앱 '스노우' 대박 신화 만든 알체라
김정배 알체라 대표가 증강현실(AR) 안면인식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정배 알체라 대표가 증강현실(AR) 안면인식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인공지능(AI)이란 바다가 이제 열리기 시작했어요. 최대한 넓게 그물을 펼쳐야 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어떤 고기가 ‘대박’을 안겨줄지 모르니까요.”

카메라 앱(응용프로그램) 스노우에 증강현실(AR) 기술을 반영한 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알체라를 이끄는 김정배 대표의 말이다. 그는 “기술 스타트업들은 토끼 굴을 여러 개 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체라도 AI에만 집중하지는 않았다. AR과 빅데이터 사업에도 똑같이 신경 쓴 덕에 4년차 ‘데스밸리’(스타트업의 초기 투자금이 떨어지는 시기)를 무사히 넘을 수 있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고 본격적으로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일찌감치 사업 다각화를 염두에 둔 덕분”이라고 말했다.

"3D카메라 없이도 안면 인식…스노우 초석 다졌죠"

애플 저격수로 명성 떨쳐

알체라는 딥러닝을 통한 안면인식 기술로 유명한 기업이다. 얼굴에 수백 개의 점을 찍는 게 분석의 시작이다. 이 점들에 입력된 이미지를 분석해 이 사람이 누구인지, 얼굴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등을 분석한다. 알체라의 안면인식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기술은 카메라 앱 스노우에 그대로 적용됐다. 자신의 얼굴에 AR 스티커를 붙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구형 스마트폰만 있어도 얼굴을 인식하고 AR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다”며 “정보 처리를 위한 서버나 클라우드를 쓰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알체라는 ‘애플 저격수’로도 불린다. 애플이 최고 사양 스마트폰인 아이폰X에서만 구현한 얼굴 인식과 AR 스티커 기능을 갤럭시S3 이후에 나온 모든 스마트폰에 구현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 기능을 위해 스마트폰에 별도의 3차원(3D) 카메라를 넣었다. 알체라의 기술은 스노우 카메라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의 AR 서비스 ‘아이들나라 2.0’, CGV의 AR 키오스크 ‘마이포스터’에도 적용됐다.

알체라의 또 다른 ‘어장’은 빅데이터 비즈니스다. AI의 딥러닝이 발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업 모델의 방향을 정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AI가 구동되기 위해선 빅데이터 확보와 관리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알체라는 AI용 데이터가 필요한 대기업과 학교에 빅데이터 관리도구를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데이터 관리 사업을 위해 2018년 12월에는 베트남에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며 “한국과 베트남을 합해 60여 명의 직원이 데이터를 관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체라의 기술은 카메라 앱 ‘스노우’의 3차원(3D) 증강현실(AR) 스티커에 적용됐다.  /알체라 제공

알체라의 기술은 카메라 앱 ‘스노우’의 3차원(3D) 증강현실(AR) 스티커에 적용됐다. /알체라 제공

‘알파고’ 쇼크가 창업의 계기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이세돌 9단을 꺾은 바둑 AI 알파고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적극적으로 AI 기술을 발굴하는 시기에 얼굴 인식 기술을 장관 앞에서 시연한 게 창업의 계기가 됐다.

그는 “알파고 쇼크를 기점으로 국내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석·박사 과정 때부터 꾸준히 연구하고 상용화 작업에도 참여한 경험으로 창업에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기술이 탄탄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스노우에서 기술 자문을 하던 황영규 부대표를 통해 연구개발(R&D) 요청이 들어왔다. 요청한 곳은 3D AR 스티커를 개발하고 싶었는데 여기에 필요한 얼굴 분석 기술이 없었던 것이다. 김 대표와 황 부대표는 함께 회사를 설립하고 3개월 만에 기술을 개발했다. 두 사람이 얼굴 분석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일가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대표는 “석사 때부터 컴퓨터 비전(컴퓨터에서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전공해 20여 년간 한 우물을 팠다”며 “시장을 주시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때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비용 낭비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체라는 승승장구했다. 창업 직후 네이버에서 15억원을 투자받았다. 2017년에는 인터베스트, 인터밸류의 투자를 받았고 2019년에는 수인베스트먼트, 신한캐피탈에서 자금을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금은 70억원. 지난달에는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알체라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넘보고 있다. 황 부대표는 과기정통부가 설립한 KIC 실리콘밸리에서 지원하는 교육을 받으며 미국 현지에서 영업활동과 홍보를 하고 있다. 해외 AI 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이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알체라는 최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4년마다 여는 세계 최대 얼굴인식 평가인 FRVT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김 대표는 “알체라는 호주 원주민말로 ‘꿈의 시대’라는 의미”라며 “AI를 통해 인류에게 큰 도움을 주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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