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마다 '황금 주파수' 달라…선택 변수 큰 SKT 행보에 주목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할당을 위한 경매안이 확정됨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의 돈과 두되싸움이 시작됐다.

인접대역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KT, 이를 저지하려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간 2대 1의 대결양상이다.

그러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서로를 배신하고 새로운 경우의 수를 찾을 수 있다.

경매 특성상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두되싸움에서도 한치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28일 미래창조과학부가 확정한 LTE 주파수 할당 방식은 '복수밴드 혼합경매'. 두 가지 묶음의 주파수 대역 조합(밴드플랜)을 동시에 경매에 부친 뒤 입찰총액이 크게 나온 밴드플랜에서 주파수를 할당하는 방식이다.

미래부가 제시한 밴드플랜은 2.6㎓ 대역 40㎒폭 2블록(A1·B1)과 1.8㎓ 대역 35㎒폭 1블록(C1)을 묶은 밴드플랜1과 2.6㎓ 대역 40㎒폭 2블록(A2·B2)과 1.8㎓ 대역 35㎒폭 1블록(C2), 1.8㎓ 대역 15㎒폭 1블록(D2)를 묶은 밴드플랜2 등 2개다.

경매에 참여하는 이동통신사는 단순히 각사 LTE 전략에 가장 부합하는 블록에 응찰해 높은 입찰가를 적어낸다고 해서 해당 대역을 가져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사가 원하는 블록을 포함한 밴드플랜이 살아남도록 경쟁사와 치열한 두뇌싸움을 해야 한다.

관심의 초첨은 밴드플랜2의 D2 블록에 맞춰지고 있다.

D2는 KT가 현재 LTE 서비스에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과 맞닿은 대역이기 때문이다.

KT가 D2를 확보하면 기존 LTE 대역과 연결해 LTE 속도를 지금보다 2배 높이는 '광대역'을 이룰 수 있어 유리하다.

이에 따라 KT는 D2를 할당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상대적인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일단 KT가 D2를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1.8㎓ 대역과 2.6㎓ 대역 모두 세계적인 LTE 주파수 대역이지만, 일반적으로 1.8㎓ 대역이 더 많은 선호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LTE 주파수이고, 고주파인 2.6㎓ 대역보다 회절성이나 도달거리 등 주파수 효율성이 크기 때문이다.

2.6㎓ 대역은 다른 무선기기로부터 주파수 간섭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장비 설치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다만 2.6㎓ 대역인 A1·A2·B1·B2의 블록당 최저경쟁가격은 4천788억원으로 6천738억원인 1.8㎓ 대역의 C1·C2 블록보다 싸다.

LG유플러스는 3사 중 유일하게 LTE용으로 1.8㎓ 대역을 보유하지 않은 점과 시설 투자비 등을 고려해 C1 블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더욱이 미래부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밴드플랜1의 C1은 LG유플러스만 입찰 자격을 갖는다.

선택의 변수가 가장 많은 사업자는 3사 중 가장 자금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SK텔레콤이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미 1.8㎓ 대역에서 LTE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1.8㎓ 대역을 추가로 할당 받는 것이 운용성 등에서 더 유리하다.

그러나 밴드플랜1에서는 1.8㎓ 대역인 C1에 입찰할 수 없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2.6㎓ 대역인 A1이나 B1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같은 3사의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SK텔레콤의 행보를 중심으로 몇 가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 KT는 밴드플랜1의 D2, SKT·LGU+는 밴드플랜1에 '올인'
KT는 인접대역 확보를 위해 밴드플랜2의 D2 블록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밴드플랜1의 A1(또는 B1), C1에 각각 베팅하고, 입찰가 올리기 경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KT와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상대편의 밴드플랜을 탈락시키기 위해 입찰가를 거듭 올려 적는 '돈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KT 입장에서는 두 회사를 상대로 2대 1의 힘겨운 싸움이 된다.

50라운드의 동시오름차순으로도 승자가 가려지지 않으면 결국 원하는 최종 가격을 한 번에 적어내는 밀봉입찰 방식으로 낙찰 대역을 가려야 한다.

밀봉입찰 결과 KT가 이겨 밴드플랜2로 확정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자신이 원하는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반대로 KT가 패자가 되면 이 회사는 절실히 원했던 D2 블록을 얻지 못하게 된다.

◇ SKT의 D2 '가로채기' 혹은 '치고 빠지기'
SK텔레콤이 KT가 노리는 D2에 입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KT의 광대역화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D2를 놓고 KT와 SK텔레콤이 경쟁하면 D2의 입찰가는 치솟게 된다.

여기에서 KT가 이겨 D2 낙찰자로 결정되더라도 거액의 낙찰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SK텔레콤이 D2를 차지하면 KT의 LTE 품질 독주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15㎒폭에 불과하고 인접하지도 않은 대역을 비싼 가격에 가져가게 됨으로써 마찬가지로 '승자의 저주'에 직면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D2 가격을 한껏 올려놓고 밀봉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블록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즉 SK텔레콤이 KT와 D2에서 경쟁을 벌이다가 밴드플랜2의 A2이나 B2으로 옮기고, LG유플러스도 밴드플랜2로 내려와 C2블록을 선택하면 경매는 동시오름입찰 단계에서 종료된다.

또는 SK텔레콤이 C2로 이동하고 LG유플러스가 A2이나 B2를 선택해도 경매는 끝난다.

이 경우 KT는 인접대역(D2) 확보에는 성공하겠지만 막대한 할당대가를 감수해야 하는 반면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최저가격에 A2 또는 B2, C2를 가져갈 수 있다.

◇ 주파수 광대역화 기술의 위력은
SK텔레콤이 '주파수 집성 기술(CA)'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 평가할지도 변수로 떠오른다.

CA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대역의 주파수를 한 대역의 주파수인 것처럼 묶어 '인위적 광대역화'를 이뤄주는 기술이다.

KT처럼 인접대역 전략을 펼칠 수 없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 기술을 이용해 광대역화를 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26일 CA를 상용화해 1.8㎓ 대역 20㎒폭과 800㎒ 대역 20㎒폭을 총 40㎒폭의 연결대역인 것처럼 묶어 쓸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도 다음달 초 CA를 도입할 예정이다.

D2로 인접대역 광대역화를 이루는 KT에 맞서 SK텔레콤이 최대한 빨리 광대역화를 이루려면 2.6㎓ 대역보다는 1.8㎓ 대역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1.8㎓ 대역에는 이미 CA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1.8㎓ 대역인 C2를 낙찰받으면 LG유플러스는 3사 중 유일하게 LTE용으로 1.8㎓ 대역을 보유하지 못한 사업자가 된다.

◇ '플랜B'를 세워라
이통사 관계자들은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사가 추구하는 목표가 경쟁사의 목표와 얽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T가 높은 가격 때문에 D2를 포기할 수도 있고, 2.6㎓ 대역을 활용한 고주파 데이터 전송기술이 발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돈만 있다고 해결되는 경매가 아니다"라며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플랜B(차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