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불법 음란물이나 사행성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 원천 봉쇄된다. 정보통신망법의 규제를 받는 국내 웹사이트와 달리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둔 음란 · 도박 사이트는 그동안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정부는 이동통신회사와 협력,해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통신사 자율규제로 차단

2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 KT ·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무선인터넷을 이용,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차단 대상은 인터넷 주소(URL)를 갖고 있으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음란물 제공 사이트들이다. 이동통신 3사는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외 음란 · 도박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게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갖고 있는 해외 불법 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를 MOIBA에 제공하면,다시 MOIBA가 통신사에 이들 사이트에 대한 네트워크 접속 차단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음란물 차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약관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세부 조정을 거쳐 이르면 내달 중 방통위에 신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xv○○○○○.com', 'sp○○○○○○○.com' 등 스마트폰 접속률이 높은 5개 안팎의 해외 성인 사이트를 차단한 바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약관 개정에 나설 전망이다. 약관이 바뀌면 기존 가입자들도 이를 적용받게 된다.

이통사의 개정 약관이 시행되면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도 스마트폰 등으로 해외 음란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친 성인물은 성인 인증을 받으면 이용 가능하다.

방통위는 또 연내 초고속 인터넷과 와이파이,와이브로 등 유선 인터넷의 약관도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이 약관이 변경되면 모바일 기기는 물론 PC로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도 차단이 가능해진다. 포털이나 블로그,카페 등에 게재되는 동영상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을 위해 포털 운영회사와도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정치적 악용 가능성도

정부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음란물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그릇된 성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또 통신사들에는 데이터 용량이 큰 음란물 유통이 통신망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는 데다 음란물 등장인물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까지 부상하는 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서버에까지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관련 법령에 따라 단속 대상에 오르는 것에는 음란물 외에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의 정보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을 규정하는 내용이 애매하고 추상적이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규제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성인의 볼 권리 침해' 등을 앞세운 이용자들의 반발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