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영국해협 양쪽(영국과 프랑스를 지칭)에 '불만의 겨울'이 불어닥쳤다."

1978년 11월~1979년 2월은 영국인들에게 불만의 나날로 기억된다. 한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150만여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임금 인상 시위를 벌였다. 당시 노조의 총동맹 파업으로 노동당 정부는 결국 무너졌고,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보수당 당수는 "파업을 일삼는 노조를 개혁하고 영국인들의 복지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집권에 성공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서막을 알린 순간이다.

브렉시트 3주년의 날FT "영국병의 귀환"

40여년이 지난 영국에서 또 다시 대규모 파업 기간이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산별 노조의 상급단체인 노동조합회의(TUC)는 1일(현지시간) "교사, 공무원, 기관사 등 최대 50만명이 동시에 총파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TUC에 따르면 약 100만명이 참여했던 2011년 파업 이후 최대 규모다. 간호사, 구급대원, 철도 노조 등은 추가 파업을 예고해놨다.

BBC 등은 "학교가 문을 닫고 기차가 멈춰섰다"고 전했다. 영국 전국교육노조(NEU)에 따르면 이날 영국 공립학교의 85%가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정부 대변인은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파업 현장에 군인 600명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생활비 위기를 호소하며 "연 10%가 넘는 물가 상승률에 발맞춰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질임금을 보장해달라는 주장이다. 최근 발표된 영국인들의 작년 9∼11월 평균 급여는 전년 동기대비 6.4% 증가해 22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했다.

문제는 노조 요구대로 임금을 올리면 물가를 더 자극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긴축(금리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중앙은행(BOE) 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서로 닮아가는 영국과 프랑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영국이 유일하게 역성장(-0.6%)해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에서 "1970년대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영국이 이제는 세계의 병자가 될 조짐"이라며 "영국병(복지 등 방만한 정부지출에 의존하고 파업을 일삼는 현상)의 귀환을 우려한다"고 꼬집었다.

영국해협 건너 프랑스에서도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들고 나온 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우리는 더 일해야 한다"며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늘려 연금 수령 시작 시점을 늦추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프랑스 강경 좌파 노조인 노동총동맹 등은 "개혁안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역에서 진행된 2차 반대시위에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중교통을 마비시켰다. 노동총동맹이 주장하는 시위대 규모는 280만명이지만, 내무부 공식 추산으로도 127만명에 달했다. 시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해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한 주요 8개 노조는 오는 7일과 11일 추가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대처 시대 이후 영국 노동시장은 유연해진 것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양상이 달라졌다"며 "영국도 2010년대 이후 대규모 파업이 당연한듯 반복되어 온 프랑스를 닮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영국에서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6개월 기준)는 162만8000일로, 1990년 이후 30여년 만에 가장 많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