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등 3개 주요 에너지 기관의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IEA만 원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머지 두 기관은 원유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대란과 세계 경기침체 전망 등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란 분석이다.
OPEC "원유 수요 위축" vs IEA "늘어날 것"

엇갈린 석유 시장 전망

IEA는 지난주 월간 석유 시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가 하루 평균 210만 배럴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 예측보다 하루 38만 배럴씩 늘린 규모다. 이를 토대로 올해와 내년 세계 석유 수요를 각각 하루 9970만 배럴, 1억180만 배럴로 높였다. IEA는 “여름 폭염으로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러시아발 공급량 옥죄기로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유럽의 많은 국가가 가스보다 석유로 에너지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과 몇 시간 차이로 OPEC은 다른 관측을 내놨다. OPEC의 월간 석유 시장 보고서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1억3만 배럴로 26만 배럴 낮췄다.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함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세계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내년 수요 전망치도 하루 1억272만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미국 EIA도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를 하루 9943만 배럴로 예측했다. 지난번 보고서보다 15만 배럴 낮췄다. 내년 석유 수요 전망도 1억149만 배럴로 9만 배럴 하향 조정했다.

유럽 에너지 위기 vs 경기 침체

시장에서도 국제 유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일각에서는 가격이 높아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주요 에너지원을 천연가스에서 원유로 대체하고자 하는 유럽발 수요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미국산 마르스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독일에 도착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산 원유가 유럽 대륙에 수송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정유사, 송유관 업체 등도 하반기 원유 수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데미안 쿠르발린 골드만삭스 에너지 리서치팀장은 “원유 공급 부족 상태가 심해질 것”이라며 “연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선으로 다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애스팩츠의 암리타 센 이사도 “오는 11월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끝나고 12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 등이 맞물리면 원유 공급이 빠듯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제 유가가 120달러 선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블룸버그퍼스트워드의 석유시장 전략가인 줄리언 리는 원유 수요 둔화로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올해 1분기 원유 수요가 전년 동기보다 하루 약 500만 배럴씩 급증한 것은 지난해 초 글로벌 경기가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받은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원유 수요 증가율이 올해 하반기부터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천연가스 비축량을 전년보다 더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점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2일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모두 2%가량 하락해 배럴당 각각 92.09달러와 98.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