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이 넷플릭스 주식을 ‘손절’(매입가 미만으로 주식 매각)했다. 애크먼은 지난 1월 넷플릭스의 미래에 찬사를 보내며 주식을 대거 매입했으나 가입자 감소 충격으로 넷플릭스 주가가 급락하자 3개월 만에 손을 털게 됐다

애크먼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퍼싱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던 넷플릭스 주식을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애크먼은 퍼싱스퀘어 투자자들에게 넷플릭스 투자로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넷플릭스 투자로 퍼싱스퀘어가 입은 손실을 4억달러(약 4945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크먼은 “넷플릭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퍼싱스퀘어가 12개 가량의 주식에 분산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 내 모든 종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애크먼은 또 과거 밸리언트제약에 투자했다 큰 실패를 거둔 과거를 거론하며 “원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면을 발견했을 경우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이번에 (넷플릭스 지분을 처분하는) 행동에 들어간 이유”라고도 말했다.

애크먼은 지난 1월 넷플릭스 주식 310만주를 11억달러에 투자했다고 발표하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대두하며 기술주 전반의 주가가 조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넷플릭스가 올해 가입자 증가세 둔화를 예상한다고 공식발표하면서 넷플릭스 주가는 하룻새 20% 이상 하락했다. 그러자 애크먼이 “넷플릭스의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애크먼의 결정을 두고 시장에서는 ‘흐름을 역행하는 잘못된 접근’이라는 비판과 ‘저가 매수 기회의 적절한 포착’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애크먼은 뼈아픈 투자 실패 경험을 쌓게 됐다. 넷플릭스가 1분기 중 전 세계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 20일 넷플릭스 주가는 35.12% 하락한 226.19달러로 마감했다. 올 들어 20일까지 넷플릭스의 주가 하락률은 62%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