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에도 텅텅 빈 뉴욕 쇼핑가…온라인만 하루 매출 10조[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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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맨해튼의 쇼핑가 스케치
완전히 사라진 메이시스 줄서기
입장 제한한 H&M엔 직원 더 많아
코로나19가 뒤바꿔놓은 일상
감염 우려없는 온라인만 '최대'
비대면 경제 활동, 정착 가능성
완전히 사라진 메이시스 줄서기
입장 제한한 H&M엔 직원 더 많아
코로나19가 뒤바꿔놓은 일상
감염 우려없는 온라인만 '최대'
비대면 경제 활동, 정착 가능성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스 백화점 내부엔 쇼핑객이 별로 없어 썰렁하다. 작년만 해도 통로를 지나기 힘들 정도로 붐볐던 곳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562353.1.jpg)
27일(현지시간) 뉴욕 쇼핑거리의 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거리에서 쇼핑객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렇게 바꿔놓은 겁니다.
뉴욕의 대표 쇼핑 시설은 맨해튼 34번가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입니다. 1924년부터 추수감사절마다 대규모 퍼레이드를 진행해온 곳이죠. 16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입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스 백화점 내부에 쇼핑객이 많지 않아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만 해도 통로를 지나기 힘들 정도로 붐볐던 곳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562352.1.jpg)
개장 직후는 물론 오전 8~9시에도 쇼핑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매장 입구에서 손님들을 안내하는 직원 클레어 씨는 “아마 오후는 돼야 사람들이 좀 들어올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여성의류 매장을 담당하는 직원인 앤서니 씨는 “작년과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며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모든 걸 바꿔놨다”고 놀라워하더군요.
백화점 내부에 열을 측정하는 직원을 따로 배치하지 않았지만 청소원이 정문 손잡이 등을 끊임없이 소독했습니다. 직원과 쇼핑객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27일(현지시간) 저가형 대형 의류매장인 뉴욕 맨해튼의 H&M은 한번에 입장할 수 있는 쇼핑객 수를 526명으로 제한했으나 오전 기준으로 직원들만 서 있을 뿐 쇼핑객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뉴욕=조재길 특파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562356.1.jpg)
H&M 빌딩 정문엔 입장객 수를 최대 526명으로 제한한다고 써 붙여놨는데, 오전 9시 기준 1층 전체에서 쇼핑객은 3~4명에 불과했습니다. 직원들이 더 많더군요.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쇼핑 시설인 '노드스트롬 랙'의 계산대가 텅 비어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562348.1.jpg)
곳곳에서 블랙프라이데이 분위기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대부분이 ‘쇼핑 분위기가 작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더군요.
![27일(현지시간) 블랙프라이데이인데도 썰렁한 쇼핑가 분위기를 취재하기 위해 곳곳에서 기자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사진은 뉴욕 맨해튼의 올드네이비 매장 내부. 뉴욕=조재길 특파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562349.1.jpg)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매장에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피팅룸을 아예 막아놨었는데, 블프 대목인 이날은 다시 열었더군요. 다만 피팅룸을 이용하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쇼핑객이 많지 않아 굳이 거리두기를 강조할 필요가 없어 보이긴 했습니다만.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올드네이비 매장 안에 '온라인 쇼핑 후 픽업' 할 수 있는 곳이 별도로 설치됐다. 뉴욕=조재길 특파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562351.1.jpg)
이례적으로 매장 밖에 긴 줄이 생겼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게임기 및 관련 용품 판매 전문점인 게임스탑이었지요. 오전 7시 개장을 앞두고 20~30m의 줄이 있더군요. 매장 밖엔 한 번에 19명만 입장할 수 있다는 표지가 붙었습니다.
![27일(현지시간) 오전 7시 뉴욕 맨해튼의 한 게임기 매장 앞에 이례적으로 긴 줄이 생겼다. 하지만 신상품인 플레이스테이션5가 금방 동 났다고 직원이 밝히자 10여분 만에 모두 해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562355.1.jpg)
길을 지나다 플스5를 2개 구입했다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맨해튼 북쪽 브롱스에서 왔다는 로저 씨는 “메이시스 백화점 밖에서 밤새 기다려 플스5를 2개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며 “과거처럼 할인을 노리고 줄을 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플스5를 개당 544달러에 샀다고 합니다.
인근 대형 할인점인 타겟 전자 매장의 직원 알렉스 씨는 “플스5는 나온 지 얼마 안된 신상품이어서 어디를 가도 구입하기 어렵다”며 “블프에 맞춰 소니가 소량 판매를 개시한 것일 뿐 블프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대형 신발 매장의 계산대 앞이 썰렁하다. 뉴욕=조재길 특파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1.24562350.1.jpg)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인 어도비의 마케팅 정보분석 자료(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블프 당일의 미 온라인 판매액이 90억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우리 돈으로 10조원어치가 하루에 팔린 겁니다.
작년 같은 날과 비교하면 21.6% 급증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이 전체의 40%를 차지했지요.
미국 매장들은 금요일의 블프가 끝났는데도 할인 기간을 하루이틀 연장하거나, 다음주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 할인을 앞당겨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 여파로 부진했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재고를 다 털어버리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사람들은 점점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져 갑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뉴욕의 쇼핑가 풍경. 내년에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지 궁금합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