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의 경제 패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크로드기금 등을 통해 아세안 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본은 라오스 캄보디아와의 상호투자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연내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 아세안 지역이 유럽연합(EU)처럼 단일경제권으로 부상하는 데 대비한 것이란 분석이다.
中·日, 아세안 회원국에 치열한 '求愛 경쟁'
○日, 캄보디아 등과 투자 확대 논의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카네 가즈유키 일본 외무성 정무관은 이번주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차례로 방문해 두 나라와 일본 간의 상호투자협정 체결 등 무역 및 투자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나카네 정무관은 일본 정부가 약 120억엔을 투자해 캄보디아 메콩강 유역에 건설한 니크룽 대교 기공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은 아세안 국가의 오랜 친구이자 주요 투자자”라며 “향후 일본 민간기업 투자도 보다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그동안 아세안 지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를 꾸준히 늘려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9억달러였던 일본의 아세안 주요국에 대한 FDI는 2013년 239억달러로 불어났다. 최근 들어선 아세안 지역에 향후 5년간 170억달러의 개발 원조를 지원하고, 미얀마의 인프라 구축사업에 2억2000만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FT는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올해 안에 출범하면 아세안지역은 사실상 총 인구 6억3000만명 규모의 단일시장이 된다”며 “일본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최근 행보는 아시아 지역 맹주 자리를 놓고 다투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中, 홍콩의 아세안 참여 추진

중국은 최근 몇 달 새 아세안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쏟아내며 일본을 긴장시켰다. 작년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제17차 아세안+중국 정상회의’ 자리에서 중국은 향후 아세안 국가의 인프라사업에 20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고, 한 달 뒤인 12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5차 메콩강 경제권 정상회의’에선 태국 라오스 미얀마 등 메콩강 유역 5개국에 3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 정부는 또 아세안 국가들과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 협상을 연내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연초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 7월부터 홍콩을 아세안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을 내세워 중국과 아세안 국가 간 교역과 투자를 빠르게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현재 4440억달러(2013년 기준) 규모인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1조달러가량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 아세안경제공동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올해 출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공동체. 상품 서비스 투자 인력 등의 이동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유럽연합(EU)처럼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 국내총생산(GDP) 2조4000억달러(2013년 기준·세계 7위), 인구 수 6억3000만명(세계 3위)의 경제권이 된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도쿄=서정환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