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데 동의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것은 환상이며 위험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기업가 정신이 가장 왕성하게 발휘되는 나라는 어디인가."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이다. 한국은 40년 전엔 산업 자체가 없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이를 허용하지 않았고 한국전쟁 후에는 폐허가 됐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24개 산업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고 조선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 1위다."

[피터 드러커 탄생 100년] "왜 이 사업을 하고 왜 이사업이어야 하나"…위기일수록 'why'
작고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미국 클레어몬트대 교수가 1996년 미국의 경영전문지(Inc Magazine)와 인터뷰 때 밝힌 내용이다. (그의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 한국어판 206페이지)

드러커 교수에게 한국은 현대 자본주의의 모범 국가이다. 현대 사회와 경제의 핵심 자원이 '지식'이라는 자신의 통찰을 사실로 증명해 보인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그는 설파했다.

드러커 교수가 한국을 찾은 것은 두 번이 전부다. 처음은 6 · 25전쟁 직후인 1954년이고 마지막은 1977년이다. 그는 한국의 엄청난 교육열에 감명받았고 향후 세계경제를 주도할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만약 그가 2005년 타계하지 않고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딛고 세계 초일류가 될 나라로 한국을 꼽지 않았을까.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을 맞아 '영원한 경영 구루' 드러커 교수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올해가 드러커 교수의 탄생 100주년이어서 그가 생존 당시 던진 경영화두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그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청년 시절 상점의 견습사원,증권사 애널리스트,신문사 편집위원 등을 지낸 그는 영국을 거쳐 1930년대 후반에 미국으로 옮겼다. 로렌스 칼리지,베닝턴 칼리지,뉴욕대학교 등에서 경영학을 가르쳤으며 1950년대 GM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경영컨설팅의 대부로 자리매김했다.

드러커 교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자문을 해 올 때마다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되레 던짐으로써 경영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이고 기업의 목적은 시장을 창조하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혁신이 필수인데 혁신은 사업의 모든 국면에서 수행돼야 하며 시장에 철저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드러커 교수는 1980년대 잭 웰치 당시 GE 회장에게 "당신이 현재 그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그 사업에 뛰어들 의향이 있습니까"와 "현재 그 사업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라는 두 가지 질문으로 파고들었다. 웰치 회장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수익성 없는 사업을 정리함으로써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드러커 교수의 화두는 위기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요즘 더욱 진가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사업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객이 누구인지,이들을 계속 고객으로 유지하려면 어떤 혁신을 단행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는 경영자들에게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할 것을 주문한다. 기업가 정신은 변화를 탐색하고,변화에 대응하며,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자세다.

드러커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경영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경제적 업적을 올리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으뜸가는 사회적 책임"이라면서도 "사회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시키는 것도 경영자의 큰 책무"라고 강조했다.

드러커 교수는 떠났지만 그의 통찰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오는 6월16~17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가 여는 국제 컨퍼런스는 드러커 교수의 경영철학을 위기 극복의 기본개념으로 설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도움말=장영철 피터드러커소사이어티 상임대표 · 경희대 경영대 교수

▲피터 드러커 교수의 삶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
1927~1932년 무역회사 견습사원,은행의 증권분석사,신문사 기자
1933~1937년 영국 런던에서 머천트뱅크 근무
1937년 미국 이주
1939년 사라 로렌스대 강사
1942년 베닝턴대 강사
1949년 뉴욕대 경영대 교수
1971년 클레어몬트대 경영대 교수,석좌교수
2005년 11월 타계

▲주요 저서(총 39권)
'산업 인간의 미래'
'경제인의 종말'
'기업의 개념' '경영의 실제'
'단절의 시대'
'새로운 현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미래의 결단'
'21세기 지식경영'
'Next Society'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