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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우현철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이사
[마켓PRO] "시장금리 작은 박스권, 월가가 본 경기침체 가능성 60%"


지난 기고문 “5월까진 불안과 희망사이 심리게임 펼쳐질 것”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미국 시장은 매크로 지표보다는 유동성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 양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실리콘밸리뱅크 사태가 조기종료 되며, 투자 심리는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유럽발 은행 이벤트가 조기 마감되면서 당장의 시장 위기는 막았습니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가 금융과 실물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1년 이상의 시계로는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됩니다. 그럼에도, 고용과 소득 등의 중요한 경제 지표 수치는 여전히 견조하여 해당 논란은 하반기에 가서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시장의 움직임과 지표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부른 방향성 예측보다는 대응에 집중하고, 실적 우려가 낮은 섹터를 중심으로 분산투자 하는 것이 유효합니다. 문제는 경기 방향과 실적에 대한 짐작은 매크로 지표를 보고 향후를 점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래는 플레인바닐라에서 보고 있는 매크로지표에 대한 해석입니다.

막연한 불안감 속 탄탄한 고용과 가계소득

미국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 그리고 소비를 뒷받침하는 가계소득, 가계소득의 원천인 고용은 수치와 방향 모두 긍정적인 가운데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두 지표는 아직까지 미국경제가 탄탄하다고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중소기업의 인력 흡수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눈에 보이는 실업률을 놓고 보면, 견조한 고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비스업 고용을 중심으로 탄탄한 가운데, 3월 실업률은 오히려 2월 대비 0.1% 하락하며 3% 중반의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시간당 임금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에, 가계 소득 역시 안정적일 것으로 짐작 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점진적 고용 위축, 소득 역시 둔화가 관측될 것으로 예상하나, 그 시점이 2분기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방향성보다는 폭이 중요할 것으로 보는데, 급격한 조정은 경기의 불확실성을 키울 요소로 작용할 것이나, 아직은 신호가 관찰되지 않습니다. 세부 업종별 고용을 확인하면, 도·소매업과 레저·숙박의 고용이 지속적으로 견조한 추세를 유지 중입니다.

소매 판매 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고, 전월대비 역성장하는 흐름을 보여주었으나 그 강도가 약해 소비 둔화로 보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2009년 이후 형성된 소비 추세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는 점 역시 소비 둔화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대형 리테일 기업의 CEO가 발표하는 가이던스 (홈데포, 월마트, 맥도날드, P&G 등)에서는 하반기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어 이 부분은 집중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총가계 저축이 작년 연말부터 증가하고 있어 견조한 소득과 고용에도 불구하고 저축을 늘리거나 높아진 물가로 인해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며, 가계저축, 가처분소득의 감소는 언제든 소비를 추가적으로 감소시킬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 풀 꺾인 물가, 3분기 이후에는 다시 올라갈지도

헤드라인 물가가 인상적인 하락을 경험하는 중입니다. 시장 컨센서스보다 빠르게 명목 지표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3월 물가 지표는 헤드라인 물가가 근원 물가를 하회하며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근원 물가 지수가 낮아지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상당히 느린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에너지와 식품 물가 상승은 최근 저점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고, 임금 상승률도 점차 정체로 추세 전환되는 중입니다.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주거 비용 관련 지표를 감안하면 물가 상승률의 하향 안정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3분기 이후부터는 헤드라인 물가 역시 기고효과로 인해 오히려 다시 높아질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한편, ISM 제조업 지수가 연초 이후 기준선인 50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어 경기침체에 대한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2월 지표가 전월대비 상승하며 방향 전환의 가능성을 보였으나 3월 재차 하락하였습니다. 3월 제조업 PMI는 46.3으로 2월보다 악화되는 모습이며, 상반기 내 기준선인 50을 회복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제조업에서의 부진은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갈리는 연준의원 의견

미연준의 금리 정책은 기존 금리인상을 고수하던 스탠스에서, 다소 물러날 수 있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매파는 25bp 인상을, 비둘기파는 인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5월에는 25bp 인상을 전제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 위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현재 정책 금리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5월 이후 추가적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추후 부채한도 이슈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예측 불가의 영역입니다.

이에, 시장 금리의 방향은 하락보다는 작은 박스권 안에서 상승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경기 침체의 강도와 기간에 대해 평가하는 과정으로 보이는데, 일단 경기 부진을 채권 가격에 이미 반영했다는 것이 당사의 해석입니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극단적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나, 그 가능성은 15% 수준으로 낮을 것으로 보고 오히려 3.5%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아직 경기 침체에 대해 전반적인 컨센서스가 합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부각되면 금리 하락, 잠깐의 경기 하강으로 평가하면 금리 상승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뚜렷한 방향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 수준에서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 채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 선반영은 채권 투자에는 부정적일 수 있으나, 시장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크레딧 이벤트 이슈는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다만, 시장에서 만연한 상업용 부동산에 관한 우려는 실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지방 은행의 경우 대출 자산의 20~50%까지 CMBS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부동산 가격이 지속 하락한다면 한번은 충격이 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경계감을 높이는 수준에서의 관찰로 보고 있습니다. 은행 위기에도 불구하고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되며, 모기지 시장에서 연체, 디폴트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우나 기업의 재무 위험은 낮다고 판단됩니다.

침체와 노랜딩(No Landig) 사이에 살아나는 센티먼트

경기에 대한 월가 이코노미스트 컨센서스는 경기 침체에 대한 확률을 60% 이상으로 높게 보고 있습니다. 개인들의 서베이에서도 경기 부진에 대한 의견들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투자자 불(Bull) 의견, 풋·콜 비율 등 주요 투자 심리 역시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3월 중순부터 이어지는 은행발 이벤트가 빠르게 마무리되고, 경기 침체로 인한 연준의 피벗 기대감이 다시금 살아나면서 투자 심리는 소폭 개선되고 있습니다. VIX 지수가 하락하고 있고, 주식과 채권 ETF로 자금이 유입되며 완전히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는 소폭 긍정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판단됩니다. 투자 심리가 조금 개선되며 최근의 시장은 유동성으로 움직이는 형세입니다.

경제와 관련된 매크로지표는 발표시점에 이미 후행 지표가 됩니다. 그럼에도 앞길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짐작하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경기국면은 침체나 노랜딩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로 생각됩니다. 4월과 5월 수치가 발표되는 시기가 돼야 경기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