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규모의 토털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모든 집합투자기구는 매년 1회 이상 결산·분배해야 한다’는 조항을 TR ETF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하면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소득세법 시행령에선 ‘ETF가 지수 구성종목을 교체함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은 분배를 유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TR ETF의 배당금 재투자가 ETF 기초지수의 구성종목 교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상품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위한 법 개정 과정에서 해당 항목이 삭제됐다. 이에 TR ETF도 매년 분배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TR ETF가 매년 분배를 해야 한다면 상품성이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며 “TR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는 배당금 재투자를 가정하기 때문에 분배를 할 경우 ETF의 추적오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TR ETF는 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이를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ETF를 매도하기 전까지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아 기관투자가와 장기투자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상장된 TR ETF 25개의 순자산총액은 총 6조6357억원 규모다. 2020년 10월 말 4조6359억원에서 2년 만에 43.1% 성장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이 기획재정부에 시행령 개정 요구를 전달했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상품은 모두 분배를 강제하는데 TR ETF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TR ETF 과세 문제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여부와 얽혀 있다. 정부 방안대로 금융투자소득세가 2년 유예된다면 TR ETF 과세 문제도 2025년까지 늦춰지게 된다. 하지만 유예 방안을 놓고 야당 반발이 커 내년 초 도입 또는 유예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