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업 자사주 매입 2배 늘어
주가 띄우기 성공

약세장서 '수급 효자' 노릇 톡톡
키움證·신원 등 발표 다음날 상승

전문가 "실적 부진땐 되레 내려
기업 펀더멘털 살핀 뒤 투자해야"
올 들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기업들이 주가 방어에 적극 나선 결과다. 전문가들은 악재가 겹친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가 하락을 막는 데 적지 않은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 체력(펀더멘털)에 수렴하는 만큼 선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올해 자사주 매입 급증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총 172곳이다. 이들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2조730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 규모 1조1678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달 들어 주가 하락세가 강해지면서 자사주 매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상장사들은 총 3301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작년 동기(1225억원) 대비 약 세 배로 늘었다.
껑충 뛴 '자사주 매입'…주가 방어 효과 좋네

상장사 임원들도 앞다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서만 22명의 임원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국 케이카 사장도 12일 자사주 1만 주(약 2억5200만원)를 매입했고, 김진태 한샘 대표 역시 11일 자사주 3000주(약 6000만원)를 샀다. 지난달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자사주 1000주(4억2000만원)를 매입했다.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먼저 회사가 주가 부양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은 현재 주가가 충분히 낮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약세장서 주가 방어 효과
약세장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에 적지 않은 효과를 낸다. 시장에 별다른 재료가 없을 때 자사주 매입 발표는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19일 348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발표한 키움증권은 이튿날 5.35% 급등했다. 당일 코스피지수가 1.81%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대주전자재료도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다음날인 19일 7.21% 급등한 데 이어 20일에도 3.31% 상승 마감했다. 신원 역시 12일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다음날인 13일 11% 상승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결국 실적에 수렴하는 양상을 보인다. 셀트리온은 올 들어서만 세 번, 총 2512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자사주 매입을 한 이튿날 주가가 5% 올랐을 뿐, 이후 3개월 동안 주가는 13.37% 내렸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2월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이후 3개월 동안 주가는 23.42% 하락했다. 두 종목 모두 실적이 부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면서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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