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룰이 전면 도입된 이후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트래블룰 시행 이전부터 예상됐던 ‘독점 굳히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지난달 31일 암호화폐 총거래량 기준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86.2%에 달했다. 한 달 전 70%대까지 내려갔던 점유율이 다시 치솟았다. 지난달 24일엔 6조5000억원 규모였던 이들 거래소의 하루 거래액도 31일 기준 10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폭증한 거래량 대부분을 흡수한 것은 업비트다. 업비트의 거래수수료(0.05%)를 고려하면 같은 기간 업비트의 수수료 이익은 하루 55억6000만원에서 131억1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비트의 독주에 드라이브를 건 요인은 지난달 25일부터 국내에서 세계 처음으로 시행된 트래블룰이다. 트래블룰은 이용자가 100만원어치 이상 가상자산 입출금을 요청하면 거래소가 송·수신자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 제도다. 거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거래소마다 세부 규정이 제각각이고 서로 연동조차 되지 않아 당분간 국내 거래소 간 송금이 불가능해졌다. 빗썸, 코인원, 코빗이 공동으로 만든 솔루션과 업비트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솔루션이 아직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이후 업비트에선 고팍스, 프로비트 등 8개 국내 거래소와 일부 해외 거래소로만 코인을 보낼 수 있고 다른 3대 거래소와는 거래가 막힌 상태다. 거래소들은 이달 15일부터 송금이 가능하도록 연동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