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각종 산업재로 쓰이는 구리 가격은 경기 회복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고 불린다.
풍산은 6일 8.70% 급등한 4만1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렸다. 올 들어서만 48% 올랐다.
풍산의 사업은 신동사업과 방산사업으로 나뉜다. 신동사업 부문은 구리, 아연, 니켈 등 비철금속을 소재로 신동제품을 제조·가공해 판매한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판매 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 실적이 좋아진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 5일 t당 9992달러까지 치솟았다.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를 넘어섰던 2011년 2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가다.
구리 가격이 급등하는 건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세계 경기가 급속도로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발전과 전기차 보급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한 대에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만들 때보다 10배 이상의 구리가 필요하다.
반면 공급은 제한돼 있다. 코로나19로 광산 채굴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제한되면서 구리가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는 분석도 나온다. 녹색산업 시대의 새로운 원유로 구리를 꼽은 골드만삭스는 1년 안에 구리 가격이 t당 1만1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사적으로 풍산 주가는 구리 가격에 연동돼 움직였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 상승이 이익 증가로, 이익 증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6% 늘어난 2376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2월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를 돌파하기 직전에 풍산 주가는 5만2600원(2011년 1월 12일)까지 올랐다. 2016~2018년 구리 가격 상승기 풍산 주가는 5만8600원(2017년 10월 17일)까지 치솟았다.
철광석과 구리 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건설·인프라 경기가 살아나면서다. 친환경 에너지 소비가 늘면서 원자재 슈퍼사이클(장기호황)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원료 부담이 커지면서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4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원자재 랠리10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은 사상 최고인 t당 1만747.50달러까지 뛰어오른 뒤 1만374달러로 마감했다. 싱가포르거래소의 6월 인도분 철광석 가격도 t당 226.25달러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원자재 랠리를 이끄는 것은 구리와 철광석뿐만이 아니다. 항공기와 자동차 제작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도 산업용 금속 랠리를 이끌었다. 알루미늄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들 금속 원자재와 원유, 설탕, 옥수수, 육류 등 24개 원료 품목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S&P GSCI 지수는 올 들어 26% 상승했다.다른 생산재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구리 추출에 쓰는 황산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구리 채굴을 늘리면서다. 구리는 황산 용액이 담긴 수조에 넣고 전류를 흘려보내 순도를 높인다. 통상 t당 60달러 수준이던 황산 현물 가격은 160~170달러로 급등했다. 황산 품귀가 이어지면 칠레 구리 생산량의 12%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높아진 철광석 가격에 해상 운송 비용도 상승했다. 세계 3대 선박 요금을 나타내는 발틱드라이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700% 넘게 뛰었다.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8만t 선박의 하루 운송 비용은 4만1500달러로 한 달 전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보다 8배 높다. 중국-호주 갈등도 가격 불안 부채질원자재 랠리는 강력한 경기 회복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11년 구리값 상승은 황금기를 맞았던 중국 경제가 이끌었지만 이번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경기 회복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데다 미국 내 인프라 지출이 증가한 게 영향을 줬다. 미국에서는 건설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목재값도 올라가고 있다.골디락스(장기 호황)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 유럽, 중국 간 균형 잡힌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세계 속에 있다”고 했다.중국과 호주 간 갈등이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을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는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국이다. 철광석 수입의 60% 이상을 호주에 의존하는 중국은 호주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세계 두 번째로 철광석을 많이 채굴하는 브라질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中서는 인플레이션 조짐도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PPI가 전년 동월 대비 6.8% 상승했다고 11일 발표했다. 2017년 11월 6.9% 이후 3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중국의 PPI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올해 1월 플러스로 돌아섰다. 1월 0.3%, 2월 1.7%, 3월 4.4% 등 가파른 상승세다.석유·천연가스류가 85.8%, 철광석류가 38.3%, 비철광석류가 15.7% 올랐다. 석유 가공제품은 23.8%, 철강제품은 30.0%, 비철금속제품은 26.9% 뛰었다. 주요 원자재 채굴부터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서 상승했다. 구리, 철광석 등의 글로벌 가격 상승이 PPI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선 호주와의 갈등으로 철광석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일부 업체들이 철광석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이지현 기자/베이징=강현우 특파원
미국 뉴욕 허드슨강 어귀의 리버티섬은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주인공 에디 레드메인이 가방을 들고 입국 수속을 기다리던 곳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에 도착한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이 자유의 여신상이다.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 계획을 수립하고 10년 뒤 1886년 미국에 선물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세계를 비추는 자유’다. 이 거대한 여신상은 높이 46m, 무게는 225t에 달한다. 받침대까지 합치면 높이가 93.5m이고, 손가락 하나가 2.44m에 달할 만큼 거대한 규모다. 7개의 뿔이 달린 왕관은 7대륙을 상징한다. 오른손에는 세계를 비추는 자유의 횃불을, 왼손에는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들고 있다. 내부에는 전망대와 박물관도 있다. 프랑스 조각가 프레데릭 바르톨디가 제작했고, 내부 철골 구조물은 에펠탑 설계자인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했다. 1884년 완성돼 잠시 파리에 있다가 이듬해 배로 옮겨져 1886년 현재 위치에 세워졌다.자유의 여신상은 페인트칠을 하지 않았는데도 푸른빛을 띠고 있다. 주철 조형물에 구리를 덧씌웠기 때문이다. 구리에 끼는 청록색 녹을 녹청이라고 한다. 공기 중 수분과 이산화탄소 작용으로 구리 표면에 푸른 피막이 형성된 것이다. 녹청의 화학성분은 염기성 탄산구리, 또는 산화구리다. 녹청이 끼면 더 이상 산화가 진행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 박물관에 가보면 철기시대 유물은 형체가 훼손될 만큼 녹이 슨 반면, 청동기 유물은 비교적 원형이 보전돼 있는 까닭이다. ‘아이스맨 외치’가 지닌 무기는 구리로 만든 도끼고대부터 인류가 사용해 온 7가지 금속은 구리, 납, 은, 금, 주석, 철, 수은이다. 바로 이 순서대로 금속의 성질을 알게 됐다. 인류는 탄생 이래 200만 년 이상을 석기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BC 5000년께 최초로 이용한 금속이 바로 구리다. 구리는 지구에 여덟 번째로 많이 존재하는 금속원소다. 지표면에서 발견되는 자연동은 가공이 용이해 중동과 유럽 일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원시시대에는 석기가 기본 도구였지만 무기와 장신구 등에는 동기(銅器)를 사용했다. 석기와 동기를 함께 쓴 시대를 금석병용기, 또는 동기시대라고 한다. 시기적으로는 BC 5000~BC 3200년으로,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중간 과도기다. 그 증거가 1991년 알프스 빙하지대에서 발견된 BC 3300년경 선사시대 남자의 냉동 미라다. 오스트리아 외치 계곡에서 발견돼 ‘아이스맨 외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이스맨과 함께 발견된 물품은 고고학계에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아이스맨은 이탈리아에서 나는 부싯돌과 간석기 단검, 돌 화살촉, 곰 가죽, 구리로 만든 도끼를 지녔다.구리를 가리키는 copper는 로마시대의 주된 구리 생산지가 키프로스섬인 데서 유래했다. 청동을 뜻하는 bronze 역시 로마시대의 청동 생산지이자 무역항인 브룬디시움에서 따왔다. 채굴한 구리를 주석과 섞어 청동기를 만들려면 다른 부족과의 교역이 필수였다. 구리 산지와 주석 산지가 멀리 떨어져 서로 거래가 없으면 섞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청동기는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집단 간의 교류를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하다.주석 산지는 지금도 제한적이다. 말레이시아, 영국 콘월 등지가 주석 산지로 유명하지만 그 옛날에 이렇게 멀리 주석을 구하러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석은 터키반도, 크레타 등지에서 소량 생산됐기에 귀한 물품일 수밖에 없었다. 고대 해양 민족 페니키아인이 지중해를 누빈 이유 중 하나가 주석을 구하는 것이었다. 주석을 구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석기시대가 이어지다가 곧바로 철기시대로 넘어간 경우도 적지 않다. 구리에 주석, 아연, 니켈 섞으면 청동, 백동, 황동으로구리가 인류 최초의 금속이면서 최고의 금속이 된 것은 쉽게 구부리거나 펼 수 있고, 자를 수 있으며 열과 전기를 전하는 성질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부식되지 않고 항균 및 살균 효과도 있다. 구리는 약 7000년의 문명사에서 가장 널리 쓰인 실용적인 금속이다. 이런 특성 덕에 구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무른 금속인 구리는 주로 합금해서 이용했다. 구리에 주석을 섞으면 청동이지만 아연을 섞으면 황동이 되고 니켈과 합금하면 백동이 된다.구리의 내부식성(부식에 저항하는 성질)은 배를 만들 때 필수였다. 고대의 목선은 가장 큰 문제가 바닷물에 의해 나무가 썩거나 배 밑바닥에 따개비, 홍합 등이 붙어 나무를 갉아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 밑바닥에 구리를 씌워 이런 문제를 해소했다. 또한 19세기에 전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구리는 전선의 필수 재료로 각광받았다. 구리는 펴거나 얇게 늘려 가공하기 쉽고, 전도성이 은 다음으로 높기 때문이다.1976년 발생한 재향군인병은 구리의 용도를 더욱 확장시켰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재향군인대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34명이나 사망한 일이 있었다. 원인은 냉방장치의 냉각수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에어컨 배관, 수도관 등을 항균 효과가 있는 동 파이프로 대체했다. 군수품에도 구리가 없어서는 곤란하다. 총알만 해도 대부분 구리로 돼 있다. 항공기, 군함 등에 장착되는 레이더와 각종 전자 장비에도 구리가 필수다.이렇다 보니 구리의 국제 가격은 세계 경제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구리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경기 호황 징후로, 가격이 떨어지면 경기 침체 징후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는 ‘구리 박사’라는 뜻의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실물경제 판단 지표로 유용한 구리를 경제 전문가처럼 의인화한 것이다. 청동기시대는 수천년 전에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구리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NIE 포인트① 철보다 강한 금속이 있었다면 석기→청동기→철기시대 이후의 시대가 있었을까.② 고조선은 전기에는 청동기, 후기에는 철기문화가 발달했는데 만주는 물론 베이징 근처에서까지 고조선 유물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③ 구리는 많은 분야에 사용되는데 소장 가치 외에 특별한 쓰임새가 없는 금보다 싼 이유는 왜일까.
구리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풍산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각종 산업재로 쓰이는 구리 가격은 경기 회복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 불린다. 풍산은 6일 8.70% 오른 4만1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렸다. 올해 들어서만 48%가 올랐다. 풍산의 사업은 신동사업과 방산사업으로 나뉜다. 신동사업부문은 구리, 아연, 니켈 등 비철금속을 소재로 신동제품을 제조, 가공해 판매한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판가에 반영할 수 있어 실적이 좋아진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 5일 톤당 9992달러까지 치솟았다.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달러를 넘어섰던 2011년 2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가다. 구리 가격이 급등하는건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세계 경기가 급속도로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발전과 전기차 보급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한 대에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만들 때 보다 10배 이상의 구리가 필요하다. 반면 공급은 제한돼 있다. 코로나19로 광산 채굴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제한되면서 구리가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는 분석도 나온다. 녹색산업 시대의 새로운 원유로 구리를 꼽은 골드만삭스는 1년 안에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풍산 주가가 구리 가격에 연동돼 왔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 상승이 이익 증가로, 이익 증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6% 늘어난 2376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2월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달러를 돌파하기 직전에 풍산 주가가 5만2600원(2011년 1월 12일)까지 올랐다. 2016~2018년 구리 가격 상승기 풍산 주가는 5만8600원(2017년 10월17일)까지 치솟았다.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