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수확하고 미리 씨 뿌리는 '투트랙 투자'를"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44·사진)이 운용하는 ‘뉴그로스중소형주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210%에 이른다. 벤치마크를 180%포인트 초과하는 성과를 냈다. 1년 수익률은 67%로, 액티브 중소형주 수익률 톱3에 들었다. 그는 삼성전자 장기 성장성을 신봉하는 펀드매니저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채권에만 투자하는 삼성전자알파펀드를 출시해 탁월한 성과를 냈다. 그는 ‘실체가 있는’ 혁신기업에 투자한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전환하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한다.

▷압도적인 수익을 낸 비결은 무엇인가.

“중소형주 펀드는 패러다임 변화에 민감해 수익 변동성이 심하다. 포트폴리오를 짤 때 단기적으로는 현재 트렌드를 따라가며 ‘수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씨’를 뿌리는 투 트랙 방식을 고수했다.”

▷단기 수확 투자의 구체적 사례는.

“2018년 5세대(5G) 이동통신 테마인 오이솔루션과 서진시스템에 투자해 큰 수익을 냈다. 5G 통신장비·부품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1위가 아니다. 중국 화웨이 등의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에 납품하면서 성장한 회사가 많다. 그렇다 보니 장기 투자보다 해당 테마가 상승 사이클에 왔을 때 꾸준히 차익을 실현했다. 테마별로 다양한 기업에 투자했다. 2016년엔 고령화 테마 관련 메지온, 2019년엔 4차 산업혁명 관련 SK머티리얼즈, 2020년엔 자율주행 테마 관련 현대오토에버 등에 투자했다.”

▷씨 뿌리기 투자 사례도 궁금하다.

“2017년 글로벌 친환경 열풍이 아시아까지 확장됐다. 유럽 시장에서는 독일 지멘스와 덴마크 베스타스 같은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던 시기다. 아시아에선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과 풍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됐다. 풍력 발전 제조업계는 잇따라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기업에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봤다. 그때 세계 1위 풍력 타워 생산 능력을 갖춘 씨에스윈드를 발굴했다. 주요 글로벌 풍력 발전 기업들로부터 모두 수주를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7년부터 이 회사에 투자했는데 작년 큰 성과로 돌아왔다.”

▷씨 뿌리는 종목 발굴 비결은 무엇인가.

“세계 1위나 독점 기업, 꾸준히 변신해 성장 스토리가 확장되는 기업은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한솔케미칼은 이직할 때마다 투자했는데 15년 동안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과산화수소를 독점하는 회사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원이 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정보기술(IT)산업의 성장에 따라 다양한 신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2019년 일본의 대(對)한국 규제 당시 대량으로 사용되는 일본 소재부터 소량씩 필요한 특수 소재까지 국산화에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도 협업하고 있다.”

▷어떤 산업군을 유망하다고 보는가.

“미국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보안산업이 성장할 것이다. 5G 상용화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발전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반도체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퀄컴 등에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플랫폼산업보다도 반도체의 미래를 더 긍정적으로 본다.

산업의 큰 그림을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어떤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찾고, 검증에 들어가야 한다. 해당 산업 1위도 좋다. 산업 트렌드에 따라 2~3년 후를 보고 씨를 뿌릴 종목인지, 단기 수확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한경 무크《똑똑한 주식투자》에서 인터뷰 전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